백합죽 /사진=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선 백합을 ‘생합’이라고 부른다. 물 밖으로 나와도 1개월 넘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화도 현지민들은 갯벌에서 잡아온 백합을 문지방 앞에 깔아두고 지나다닐 때마다 지그시 밟아줬다. 이렇게 계속해서 자극을 주면 백합이 껍데기를 닫으며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덕분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백합을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간척사업 이후 지금은 육지나 다름없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계화도는 섬이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갈 때까지 싱싱하게 백합을 오랫동안 살려두기 위한 묘책이었다.
이같은 노하우가 생길 정도로 계화도 사람들은 오랜 세월동안 백합과 함께 지내왔다. 맛이 전복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백합은 탕, 찜, 회, 구이 등 어떤 요리를 해도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수확량도 적어 전복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전량 일본에 수출해 국내에선 맛조차 보기 어려웠다. 백합이 귀한 사정은 계화도 현지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비싼 값에 일본으로 수출을 하다 보니 정작 산지에서도 맛보기 힘들었다.
채석강 /사진=조용철 기자
이에 사람들은 귀한 백합을 적은 양으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때 마침 요리솜씨가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마을의 한 처녀가 백합으로 죽을 쯣여본 것이 백합죽의 시작이 됐다.
백합죽은 백합과 쌀만을 이용해 맛을 낸 것이 특징으로 여기에 참기름과 소금을 약간 넣고 푹 끓여주면 진한 백합향과 함께 양도 푸짐해졌다.
이후 계화도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백합죽을 먹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부한사람들까지 일부러 찾아와 먹고 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백합죽은 부안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곰소젓갈은 백합만큼 유명한 부안의 대표 먹거리다.
깨끗한 곰소만의 갯벌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에 곰소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을 넣어 만든다. 변산반도의 골바람으로 자연숙성시켜 감칠맛이 나면서도 짜지 않다. 칼슘,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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