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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업계 고유가에 실적 ‘뚝’… 신사업으로 활로 찾는다

페인트사들 작년 매출 증가에도 삼화·조광·노루 영업익 급감
강남제비스코는 적자 전환
2차전지·반도체 패키징 등 차세대산업으로 사업 확장

페인트업계 고유가에 실적 ‘뚝’… 신사업으로 활로 찾는다
국내 주요 페인트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데 이어 올해도 국제유가 상승세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페인트사 중 지난해 실리콘 사업 부문 약진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KCC를 제외하고 모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노루페인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7309억원으로 전년 6429억 대비 13.7%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전년대비 21.1% 감소했다. 삼화페인트도 지난해 매출 63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억원으로 전년대비 94.5% 급감했다. 강남제비스코와 조광페인트 역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강남제비스코는 작년 127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1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조광페인트도 88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전년대비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페인트업계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는 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꼽힌다. 페인트의 주요 원재료인 용제와 수지가 원유를 정제해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말 배럴당 84달러까지 상승했다. 2020년 말 유가가 36달러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0달러(133%)가량 치솟은 것이다.

올해도 페인트업계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난달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27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까지도 국제유가는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유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노루페인트, KCC,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는 지난달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 평균 인상률은 15~20%에 달한다. 조광페인트 역시 페인트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감당이 안 된다"며 "기업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페인트업계는 생존 활로 모색을 위해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2차전지 소재기업 대주전자재료와 함께 '2차전지의 전극용 바인더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며 2차전지 소재 산업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화페인트는 반도체 칩을 밀봉해 열·습기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에폭시 밀봉재' 개발을 완료하고 소재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플루오로설포닐기를 함유하는 카보네이트 화합물의 제조방법 및 용도 특허'를 취득했다.

강남제비스코는 친환경 도료 소재 개발과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 커버 복합소재용 수지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방열 소재도 개발 완료단계에 진입했다. 조광페인트 역시 도료의 접착력을 기반으로 2차전지용 배터리에 쓰이는 강력 접착제 개발·생산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전기·전자 소재 관련 자회사 CK이엠솔루션을 설립하고 현재 미국,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있다.

페인트업체들이 추진하는 신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가 유가·환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대다수 업체들이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라며 "업계 전체적으로 신사업이 점차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