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꾸준한데 저평가된 탓"
카지노·의료용 대마·주류 등
ESG 추세 거스른 종목에 투자
수익률 7%… 약세장서 꿋꿋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한창이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주식, 펀드, 채권 등에 그 명패를 달아보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에서 추세를 거스르는, 소위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지지부진한 장에서 버텨내고 있다. 담배, 술 등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데다 관련 종목들은 이미 저평가돼 있어서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ETF인 B.A.D(티커 BAD)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70%로 집계됐다. 상장한 지난해 12월 22일 대비로는 8.16%가량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 13.85% 미끄러진 나스닥지수는 약 5.7%p 아웃퍼폼한 셈이다.
이 상품은 투자 업체 'BAD인베스트먼트'가 개발한 지수인 'EQM BAD'를 추종하며, 명칭 그대로 '나쁜' 이미지를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 소위 '안티(Anti) ESG'를 테마로 삼으며 카지노, 주류, 의료용 대마 관련 50개 안팎 종목을 골고루 담는다. 운용자산(AUM)은 863만달러(약 105억원), 총 보수는 0.75%다.
'그린 워싱'이라는 말이 대두될 정도로 'ESG'라는 이름이 붙은 기업 및 상품에 실적, 건전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 탄생 배경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4분기 시장 변동성 확대 속 ESG 금융 자금 유입이 다소 둔화됐는데, 이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에너지 비중이 적은 ESG 자산들 수익률 부진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며 "이 변화는 ESG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적극 활용하는 네덜란드 연기금(ABP),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저조한 성과에서도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BAD인베스트먼트 창립자 토미 맨쿠소도 "좋은 투자를 결정할 때 사회적 낙인이 일차적 요인은 아니다"라며 "아직 ESG 상품들 개념은 불분명하며, 'BAD'는 업계에서 소외돼있으나 일상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산업에 투자해 보다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에서의 '착함'이 수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외 글로벌X 캐너비스(POTX), 어드바이저셰어즈 바이스(VICE)도 지난 12일 기준 최근 한 달 간 각각 9.33%, 2.58%의 수익률을 거뒀다. 'POTX'는 의료용 대마 투자 상품이며, 'VICE'는 카지노 리조트 보이드게이밍,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총기업체 스미스&웨슨 등을 편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 상품이 포함하는 종목들은 일관된 수요를 바탕으로 경기에 영향을 덜 받고, 거품이 끼지 않은 저평가 주식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판단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ESG 이름만으로 자금을 끌었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투자자 외면을 받는 경우가 꽤 있다"며 "안티 ESG로서 이미 홍보 효과도 많이 된 데다 상승 여력이 큰 저평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투자에서의 선함이 성과를 보장하지 않듯, 악함이라고 성공하진 않는다"며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나 회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투자 시 유의할 점"이라고 당부했다.
실제 또 다른 죄악 ETF로 꼽히는 라운드힐 스포트베팅 & i게이밍(BETZ), 어드바이저셰어즈 사이커델릭스(PSIL)는 최근 한달 새 각각 0.21%, 0.55% 수익률을 내며 시장을 이기지 못 했다. 각각 도박, 환각제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