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시기를 놓고 내부에서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 윤곽을 밝힐 뜻을 보였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별도의 부동산 정책 발표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원 후보자의 입장을 뒤집었다.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기조에 따라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혼란 조짐이 있자 인수위가 허둥대는 모습이다.
원희룡 후보자는 18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태스크포스(TF)에서 정책 검토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외적인 발표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임박해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부동산TF, 도심주택공급실행TF 등을 꾸리고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급부터 대출, 세제까지 망라한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몇 시간 뒤 열린 인수위 출범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에 대해 원 후보자가 말했는데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장관 청문회 때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 청문회 때는 부동산과 관련한 자기 소신과 생각을 밝히는 것"이라며 "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발표할 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수위 측은 그간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책 공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인수위는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한 이후 정책의 발표 시점과 순서를 전략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부동산 각종 정책들이 상당부분 정리됐다"며 "발표시점은 인수위 차원에서 할지, 새 정부 출범 뒤 질서 있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청문회 과정에서 원 후보자 발언 등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발표시점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조정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원 부대변인은 "(장관) 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두 후보자의 소신 정견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 부동산TF가 정리한 정책은 새 정부가 종합적·최종적 결론을 발표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됐다"며 "이번 주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종합부동산대책 발표는 상당 기간 늦춰질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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