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출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채산성 악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이 우려 된다며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주력 수출업종별 생산단가 상승 현황 및 애로사항을 점검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별 협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석유협회와 석유화학협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어 기본관세가 3%인 원유및 벙커C(B-C)유에 대해 무관세 적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이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미국도 0.1~0.2%의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러시아산 중질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되어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상승했으며, 올해 나프타 할당 관세액이 작년 대비 70% 증가한 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등 금속자재 수요가 높은 업종들도 원자재가 상승으로 고민을 토로했다. 조선협회는 "올해 4월 후판 가격이 톤당 14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고, 특히 후판 가격 인상분을 공사손실충당금에 반영하면 회계상 영업손실이 무려 4.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동차부품도 차량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IT) 업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는 네온 등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수입의 30~5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네온 수입가격이 무려 1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계가 단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는 있으나 대체 가능한 중국산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고 있어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봉쇄 조치 영향으로 공급망 측면에서 크고 작은 적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기계산업진흥회는 "일부 기업들이 러시아 수출용 굴착기(45~120t급) 수주 후 부품과 자재를 선구매했으나 현재 수출길이 막혀 손실보전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심천 등 봉쇄지역에 진출한 공작기계 업체들도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륙운송이 지체되면서 판매량도 동반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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