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9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투자자들은 물적분할을 부정적인 이슈로 받아들이지만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오히려 올랐다. 그러나 자회사가 상장한다면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19일 물적분할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는 "모자회사 동시상장과 관련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날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주식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제 : 물적분할과 스톡옵션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남길남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2년 동안 공시된 기업분할 482건과 증권사에서 발표한 633개의 기업분할 보고서를 분석했다.
그는 물적분할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개선시킨다고 강조했다. "물적분할이 공시되면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보였지만 16거래일이 지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특히 투자유지와 구조조정 목적의 물적분할, 재벌 대기업이 있지 않은 코스닥 기업의 물적분할은 수익률을 양호하게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기업분할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의 보고서가 83.4%로 압도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길남 연구위원은 모자회사의 동시상장이 모회사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지난 12년 동안 17건에 불과했지만 자본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그는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자회사의 55~57%에 그치고 있다"라며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효과'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해외사례도 비교하며 "모자기업 동시상장에 대해 다양한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상장기업의 자회사 상장이 연평균 14개로 집계되지만,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이 상장할 경우 따로 구분한다. 일본도 연평균 10.4개의 모자기업 동시상장이 이뤄지지만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가족기업의 특징이 강한 동남아시아에서 모자기업 동시상장 규제가 명문화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며 "싱가포르에서는 기존 상장기업과 자산·영업범위에 대한 중복성 심사를 거쳐야 하고, 말레이시아의 경우 모자기업의 지배관계가 중단돼야 상장 신청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적분할 이슈는 다층적으로 봐야 하며, 지배주주가 사익추구의 도구로 남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분할 공시에 구체적인 분할목적과 향후 계획을 명시하도록 하거나, 반대주주에 대한 이해조정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분할회사(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이 존재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모자기업의 동시상장과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일본의 경우 상장기업의 지배관계 해소 노력으로 점진적으로 (모자기업) 동시상장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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