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제기들 /사진=문화재청
[파이낸셜뉴스] 경기 용인 서리 고려백자 요지에서 왕실 제기가 다량으로 출토됐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용인시와 (재)서경문화재연구원이 조사한 용인 서리 고려백자 요지(사적)에서 고려 초기의 백자 생산관련 시설과 왕실 제기가 출토됐다.
용인 서리 고려백자 요지는 고려 초부터 백자를 생산했던 가마터로 중국의 자기제작 기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한 몇 안 되는 대표적인 가마 중 하나다. 1984년부터 3차례 걸쳐 발굴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작년 6월부터 사적 남쪽 구역을 제4차 발굴조사 중이다.
거북이모양 장식 제기뚜껑 /사진=문화재청
조사결과, 건물지와 답도(통로), 계단, 저장구덩이, 폐기장 등 백자 가마 관련 시설이 확인됐고 유물로는 고려도자의 가장 이른 형태인 선해무리굽 백자완(사발)을 비롯해 각종 제기 조각과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 유물들은 이곳이 고려 초기부터 백자를 생산하면서 한편으로는 왕실에 제기를 공급한 주요 생산지임을 알려준다.
특히, 조사지역의 북쪽 건물지 외곽 구덩이 한 곳에서 보(簠), 궤(簋) 등의 왕실 제기와 갑발(匣鉢) 등 2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는데, 대부분 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완형의 제기가 다량으로 출토된 사례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와 궤는 중국 송나라 때 출판된 삼례도와 고려도경 등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왕실의 제기로, 고려도자 연구는 물론, 왕실의 통치철학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조사지역 내 건물지와 제기가 매납된 유구 전경 /사진=문화재청
도자제기는 유교적 정치이념을 통해 국가를 통치했던 고려 왕실이 국가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던 기물로 1059년 (고려 문종 13년)에는 제기도감까지 설치해 관리하기도 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양호한 상태의 제기가 다량으로 출토된 건물지 일원은 용인 서리 고려백자 요지 내에서 왕실 제기를 공납하기 전에 선별작업을 하던 곳이거나 임시 보관소, 혹은 공납 후 불필요한 제기를 일시에 폐기한 장소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통해 고려 왕실 제기의 제작과 납품 과정은 물론, 용인 서리 유적의 역사적 의미를 재확인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