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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나노 D램 개발 순항?' 애매한 삼성전자 컨콜, 헷갈리는 시장 [김경민의 적시타]

1분기 컨콜서 "1c D램 점프개발, 사실 아니다" 부인
"개발 계획 수정됐지만, 안정적".. 주가 급등
업계 "그렇다고 개발 순항은 아냐, 컨콜도 마케팅일 뿐"

'12나노 D램 개발 순항?' 애매한 삼성전자 컨콜, 헷갈리는 시장 [김경민의 적시타]
지난달 28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12나노 D램 개발은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회사가 '차세대 D램 개발 계획이 수정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개발은 순항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면서 시장에 혼선이 생긴 것이다. 최근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를 기술로 압도하는 초격차 전략이 삐걱대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무리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D램 개발 문제 없다? 6만전자 매수 시그널?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28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b D램(12나노) 개발을 건너 뛴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기존 양산 일정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1b D램을 개발하지 않고 1c로 점프할 것이란 일각의 보도를 공식 부인한 것이다.

한 부사장은 이어 "극자외선(EUV) 장비 같은 새 기술을 도입해 개척하다 보면 일부 계획 변경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챌린지도 겪고 우리 로드맵으로 적용하고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단 노드 개발 과정에서 수율안정성, 원가 등 종합적 고려해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은 존재했다. 12나노 개발 계획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컨콜 직후 1b D램 개발 포기가 아니라는 악재 해소 위주의 보도가 쏟아졌고, 5거래일 동안 하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모처럼 4% 급등해 6만7400원으로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컨콜이 '약발'을 받은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달랐던 그날, 삼성증권서도 '비판'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램 개발이 순항해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차세대 D램 개발·양산과 관련한 일정이나 수율 등 구체적인 숫자가 없었던 것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급기야 같은 계열사인 삼성증권의 리서치센터에서도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컨콜 내용를 반박하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팀장은 "많은 질문이 삼성의 경쟁력에 집중됐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받지 못해 아쉽다"며 "기술 난이도 증가로 경쟁사와 원가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다거나 EUV 등 신기술을 도입하다 보면 어려움도 있지 않겠느냐는 답변은 과연 최선의 답변인가"라고 비판했다.

황 팀장은 "삼성전자의 1b D램(12.8나노)이 개발 과제에서 드롭(취소)됐다는 보도는 사실이라는 판단"이라며 "삼성전자는 1b 대신 1a(14나노)와 1b의 중간단계인 1abs로 1b를 대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본지 4월 13일자 1, 3면 참조>
그러면서 황 팀장은 "문제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콜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IR)인 만큼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해야 하는 '마케팅 행사'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증권가는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컨콜은 결국 IR 마케팅"이라며 "이번 삼성전자 컨콜에 나온 한 부사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임원들이 마케팅이나 기획팀 소속인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