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월드 오브 팀 버튼' 전시 전경 /사진=지엔씨미디어
체스판 같은 체크무늬 바닥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면 조금은 기괴하지만 또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마주할 수 있다. 창백한 얼굴에 빨간 곱슬머리를 가진 사내와 풍선껌을 먹고 보라색 공처럼 변한 소녀, 뼈만 남은 앙상한 몸매에 과장된 속눈썹과 큰 눈을 가진 신부 등 판타지와 호러가 뒤섞인 몽환적인 인물들을 그려낸 이는 바로 영화감독 팀 버튼이다. 1990년 영화 '가위손'을 시작으로 1993년 '크리스마스 악몽'을 비롯해 2005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신부',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2014년 '빅아이즈' 등 끊임없는 작품활동으로 이른바 '버트네스크(Burtonesque)'라는 그만의 세계관과 양식을 만들어낸 팀 버튼이 10년만에 전시로 서울을 찾았다.
팀 버튼 '크리스마스의 악몽 스토리 보드' (1993) /사진=지엔씨미디어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개막한 팀 버튼 특별전 '더 월드 오브 팀 버튼'전은 팀버튼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두번째 월드투어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팀 버튼 감독의 약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전시는 그가 어린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에 이르기까지 방대한데 이번 전시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150여점의 작품을 포함해 총 520여점이 '특별한 홀리데이', '유머와 공포', '오해받는 낙오자', '영화 속 주인공', '폴라로이드', '세계여행' 등 10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전세계를 순회하는 월드 투어전의 시작점이다. 오는 9월 12일 서울전이 마무리되면 이후 대만 타이페이로 작품을 옮겨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팀 버튼 감독 /사진=지엔씨미디어
한 도시에서 한 번 이상 전시를 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팀 버튼이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리는 첫 월드투어의 도시로 다시 한번 서울을 낙점하게 된 것은 서울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팀 버튼은 "10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서울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우연히 찾은 광장시장에서 먹은 부침개 맛과 시장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 등 서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서울을 다시 찾게 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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