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잇단 악재 탓에 미국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약세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라틴아메리카와 인도네시아 증시는 웃음 짓고 있다. 이에 해당국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상승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에서 수혜를 입은 영향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KINDEX 인도네시아MSCI(합성)’는 연초 이후 수익률 21.66%를 달성했다. 이 상품은 인도네시아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유일 상품이다. 'MSCI Indonesia Price return Index’를 기초지수로 삼으며 금융,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소재,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등 산업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라틴35’ 역시 같은 기간 14.99%의 성과를 냈다. 이 상품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에 상장된 라틴아메리카 기업 증권예탁증서(ADR) 35개 종목으로 구성된 ‘The Bank of New York Mellon Latin America 35 ADR’ 지수를 추종한다.
양국에 투자하는 해외 ETF들도 이에 못지 않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아이셰어즈 MSCI 라틴아메리카 40(티커 ILF)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준 연초 이후 12.35% 수익률을 기록했다. ‘프랭클린 FTSE 라틴아메리카(FLLA)’와 ‘퍼스트 트러스트 라틴아메리카 AlphaDEX Fund(FLN)’도 각각 13.57%, 8.41% 성과를 냈다.
반에크 인도네시아 인덱스(IDX), 아이셰어즈 MSCI 인도네시아(EIDO) 역시 이 기간 9.45%, 8.51%씩 상승했다.
글로벌 증시가 좀체 어깨를 펴지 못 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난달 29일 기준 올해 들어 각각 13.85%, 22.09%% 떨어진 반면 ‘IDX종합지수’와 ‘보베스파지수’는 8.45%, 3.80%씩 뛰었다. 이 기간 코스피 역시 9.82% 하락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수출액 40% 이상을 원자재가 차지할 정도로 석탄, 원유, 천연가스, 니켈 등 부존자원과 팜유, 고무, 커피 등 농산물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우려가 종식되지 않으면서 날로 뛰고 있는 원자재 값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5월초 르바란 축제로 평시보다 음식 소비량이 크게 늘고, 외국인 관광이 재개되면서 내수가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탄 금수조치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부장은 “풍부한 자원과 세계 4위 수준 인구 규모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국내총생산(GDP) 선두를 달리는 인도네시아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 글로벌 2차전지 제조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 등에 힘입어 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의 직접적인 수혜도 받을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라틴아메리카 대표 구성국인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탄탄한 에너지·광물·농산물 보유국으로서 준수한 증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대두(콩), 소고기 등 상위 수출국이며,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로 꼽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라틴 ETF는 글로벌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정점을 통과한 후 줄곧 부진했으나 전쟁 가능성이 대두된 시점부터 라틴 개별국가 ETF 모두 양호한 성과를 보여왔다”며 “다만 원자재 쇼크가 장기화될 경우 라틴 지역 내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질 전망이며, 페루·칠레 등은 글로벌 최대 금속 생산국이나 에너지·곡물 순수입국으로 고물가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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