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파이낸셜뉴스] 최근 한 슈퍼개미가 한화 김승연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레포트를 발간해 증권가에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레포트는 한화가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미래 산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 아닌 ‘승계 친화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주가가 바닥이라고 꼬집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슈퍼개미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지난 달 26일 ‘퀀트K 기업서한 to 한화’라는 레포트를 발간했다.
‘주가를 보면 화가 ㅂ니다’(오타X)라는 제목의 레포트에서 김 대표는 “한화는 2차전지 및 수소 장비 사업 뿐 아니라 우주를 가려하고 한국 화학으로 시작해 이제는 글로벌 방위산업 업체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국가를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항공교통모빌리티(UAM)으로 하늘을 나는 교통시스템과 더불어 드론을 통한 하늘 배송과 태양열 텐덤셀 및 페로브스카이트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세상을 에너지 부족에서 지켜주며 지구온난화도 막고 있는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는 한화건설을 비롯해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한화운용, 한화저축은행, 한화이글스를 가지고 있다. 또 우주 항공과 방산 분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로 수직계열화 돼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한화 그룹 매출은 연결 기준 52조8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조9279억원으로 89%나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화 주가를 보면 화가 난다”며 “한화의 우선주를 제외하고 지배주주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시가총액 2조2375억원(4월 26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0.76, 주가매출액비율(PSR)은 0.04,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3으로 모두 1도 안되는 초 저평가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세계를 찾아봐도 이런 기업은 없다"면서 "글로벌 상장 기업 중 가장 싸게 평가되고 거래되는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한화가 사상 최고 실적과 미래를 담는 사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가가 싸게 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주친화적인 기업이 아니라 여전히 승계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ESG경영에 나서며 배당도 확대하고 자사주를 사들이고 소각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화는 자사수 매수를 시작했지만 중소기업들과 비슷하거나 그 보다 적은 93억원 규모로, 이는 지난해 회장님 연봉 84억 보다 고작 9억원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솔루션은 턴어라운드를 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흐름(FCF) 산출 식에 ‘투자자산 취득’을 포함시켜 산출하면서 배당을 10원도 안했다”면서 “하지만 오너가가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분야 5분기 연속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2020~2021년에 걸쳐 1002억1600만원이라는 폭탄 배당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화가 글로벌 방산 회사가 됐고 원웹 뿐아니라 REC 실리콘 등 글로벌 기업의 주주로서 프론티어 기업이 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과실을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TV이미지 광고처럼 한화의 주가가 우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시고 PER 3까지만 가게 해달라”면서 “그러면 주주들은 지속 가능한 한화와 함께 내일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화 측도 이번 레포트가 업계에 충격을 준 만큼 옥경석 ㈜한화 대표가 김정환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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