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연의 일치' 일축
"수출의존도 높은 국내증시 환경
정치는 테마일뿐 모멘텀 아냐"
'허니문 랠리' 효과엔 비관적
美긴축 등 글로벌 증시 침체 탓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일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대통령 취임일=주가 하락'의 징크스가 이번에는 국내 증시에 어떻게 작용될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MB 빼고 다 겪은 '취임일 징크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탄생한 이후 대부분의 대통령은 취임일에 모두 주가가 하락을 경험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직선제 개헌 이후 13대~18대 대통령의 취임일은 2월 25일이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일(1993년 2월 25일)의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떨어졌다. 15대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일인 1998년 2월 25일에는 가장 큰 폭의 하락세(-4.53%)를 보였다. 16대(노무현), 18대(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일도 각각 3.90%, 0.46% 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의 탄핵으로 취임 일정이 바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일인 2017년 5월 10일 주가도 0.99% 하락하며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대통령 취임일에 증시가 상승한 건 전 거래일 대비 1.34% 상승한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2008년 2월 25일) 때 뿐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일에도 증시는 떨어질까.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진 상황에서 하루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지적이다. 이날 새벽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을 맞는 가운데, 러시아의 확전 또는 협상 여부에 증시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취임일에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다른 분위기의 취임일을 윤 당선인은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문가들은 대통령 취임과 증시의 상관관계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며 웃어 넘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통령 취임일과 주가는 영향이 거의 없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증시에 국내 정치 상황은 테마로 묶일 뿐 모멘텀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허니문 랠리' 쉽지 않아… "글로벌 트렌드 봐야"
윤석열 정부의 임기 1년차인 2022년 증시는 어떨까.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총 8번 대선 가운데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 후 코스피가 상승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 후 코스피는 91.0% 상승했고 14대(김영삼·30.8%), 15대(김대중·25.4%), 16대(노무현·14.4%)에도 1년 차에는 모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1년 차에도 6.6% 상승했다. 17대(이명박)와 18대(박근혜)에만 임기 1년 차에 각각 36.6%, 0.9% 하락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대선이 호재였던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대체로 주식시장 강세 재료였다"며 "주가는 대선 전 3개월 동안 부진하다가 6~12개월 이후 점차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오르는 '허니문 랠리'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에 빠진 영향이 크다.
2000년대 들어서도 대선 이후 증시 상승세는 과거보다 잦아 들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바뀐 이후 증시가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재환 연구원도 "디지털화, 탈탄소, 인플레이션 등 메가 트렌드나 시대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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