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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따라가는 비트코인…'디지털 금' 명성 실종

BoA "인플레 헤지 역할 못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여파로 가상자산 시세가 급락하며 주식과 동조화된 가운데, 한 때 인플레이션 위험회피(헤지) 기능에 따라 '디지털 금'으로 추앙받던 비트코인(BTC)이 위험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던 올 초부터 달러, 금 등 안전자산의 시세는 지속 오른 반면 비트코인은 시세가 급락했다.

■"비트코인 이제 '디지털 금' 아냐"

CNN은 10일(현지시간) "가상자산이 주식만큼 위험하고 다우지수, S&P500, 나스닥처럼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어, 비트코인도 더이상 '디지털 금'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총 공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금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엔 비트코인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가상자산은 위험자산인 주식의 동조화는 더욱 강화됐다. 지난 1월 31일 기준 180일 동안의 비트코인과 S&P500지수의 상관관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과 나스닥100 지수의 상관관계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BofA는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는 지난 해 6월 21일 이후 0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2개월 간 더욱 낮아졌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도 지난 1월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의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엔 가상자산과 주요 주가지수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초기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금·달러는↑ 가상자산·주식은↓

가상자산이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에 분류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헤지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달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한때 104.2로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는 5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금시세도 6개월 전인 지난 해 11월엔 g당 7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7만5000원 대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더 하락하거나, 보합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최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가상자산 급락이 본격화됐는데, 매달 있을 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불안감을 가중해, 실제 정책 집행은 이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세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3만달러(약 3800만원) 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돼 있다. 반등할 경우 3만3000달러(약 4200만원) 선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