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치금도 3조까지 빠져‥LUNA도 1달러↓
테라 커뮤니티 "UST 소각 속도 빠르게" 채택
고래 공격·앵커 불안감·대비책 부족 등 원인
[파이낸셜뉴스] 달러화에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가 나흘째 1달러 아래로 거래되는 디페깅(Depegging)에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초비상이다. UST의 가치를 지원하는 토큰 루나(LUNA)의 가격이 하룻새 95% 이상 급락하고, 테라 생태계의 핵심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앵커프로토콜도 급격히 예치금이 빠져나가며 '뱅크런'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UST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UST 소각 속도를 빠르게 하는 대응책이 커뮤니티에서 채택되면서, 루나 사태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UST 나흘째 디페깅 상태..앵커 예치금도 3조까지 빠져
12일 오후 4시30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UST는 0.5797달러(747원)에 거래되고 있다. 9일 이후 나흘째 달러화와의 연동이 깨지는 디페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간 LUNA는 24시간전에 비해 95.71% 하락한 0.1814달러(233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 LUNA가 기록했던 고점인 65.14달러(8만3945원)과 비교하면 99.4%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시가총액도 7억3186만달러(9432억9435만원)으로 UST 시가총액 88억7550만달러(11조4431억원)의 10분의1 아래로 떨어졌다.
테라 생태계의 핵심을 이뤘던 DeFi 앵커 프로토콜에서도 예치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DeFi 데이터 사이트 디파이라마(DeFiLlama.com)에 따르면, 앵커프로토콜 총 예치금은 24억3000만달러(3조1334억원)까지 하락했다. 이번 사태 직전인 지난 6일 앵커 예치금은 170억5000만달러(21조9825억원)에 달했다. 디파이라마 캡쳐/사진=fnDB
테라 생태계의 핵심을 이뤘던 DeFi 앵커 프로토콜에서도 예치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DeFi 데이터 사이트 디파이라마(DeFiLlama.com)에 따르면, 앵커프로토콜 총 예치금은 24억3000만달러(3조1334억원)까지 하락했다. 이번 사태 직전인 지난 6일 앵커 예치금은 170억5000만달러(21조9825억원)에 달했다. 앵커프로토콜은 LUNA나 이더리움(ETH)을 예치하면 UST를 대출해주는 DeFi다. UST를 다시 예치하면 18%의 연 환산이자율(APY)를 제공해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앵커 커뮤니티는 최대 금리를 5.5%로, 최저 금리를 3.5%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테라 커뮤니티에서는 UST의 소각 속도를 빠르게 하는 개선제안 1164가 구성원 62.65%의 찬성을 받고 있다. 제안문에는 "많은 UST 인출이 있지만 UST 소각은 느리다"라며 "(개선제안대로 조정이 되면) 발행용량이 기존 2억9300만달러 규모에서 12억달로 규모로 증가한다"고 설명돼 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UST는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LUNA를 발행하고 UST를 소각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하루 발행 가능한 LUNA의 양을 늘려 UST 소각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제안이다.
테라 커뮤니티 "UST 소각 빠르게" 채택..LUNA 또 급락
LUNA 공급량 확대를 전제로 하는 이같은 제안이 나오자 5달러까지 회복됐던 LUNA의 가격은 다시 급락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당연히 이것은 UST 및 LUNA 보유자에게는 높은 비용이 들지만 우리는 생태계에 더 많은 외부 자본을 가져오고 UST에 대한 공급과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계속 탐색할 것"이라며 "테라 생태계는 가상자산 산업에서 가장 활기찬 곳 중 하나이며 수백개의 열정적인 팀들이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트윗했다.
테라 커뮤니티에서는 UST의 소각 속도를 빠르게 하는 개선제안 1164가 구성원 62.65%의 찬성을 받고 있다. 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당연히 이것은 UST 및 LUNA 보유자에게는 높은 비용이 들지만 우리는 생태계에 더 많은 외부 자본을 가져오고 UST에 대한 공급과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 트윗 캡쳐/사진=fnDB
자금조달을 위해 벤처캐피탈과 진행했던 협상이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며 이같은 방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전날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 블록은 LFG가 업계 최고 규모의 투자회사들에게 10억달러(1조2755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가상자산 대출회사 셀시우스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가상자산 대출플랫폼 넥소는 투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는 등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월가 대형 헤지펀들이 공매도 수익을 위해 UST를 공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조지 소로스 펀드가 영국 파운드화가 고평가됐다는 점을 이용해 영란은행을 공격했던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틈을 타서 UST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UST 공격의 주체로 지목된 헤지펀드들은 일제히 "우리는 UST를 거래한 바 없다"며 루머를 부인하고 나섰다.
고래 공격·앵커 불안감·대비책 미완성 등 원인 주목
20%에 달하는 연 환산이자를 앞세워 테라 생태계를 키워온 탈중앙화금융(DeFi) 앵커의 급속한 성장이 이번 사태 촉발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0% 환산이자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며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UST에서 자금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장의 약세까지 겹쳐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지고 투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주혁 쟁글 글로벌인사이트팀 매니저는 "누구라고 확인은 할수 없지만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고래의 매도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은 맞다"라며 "다만 앵커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던 상황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20%에 달하는 연 환산이자를 앞세워 테라 생태계를 키워온 탈중앙화금융(DeFi) 앵커의 급속한 성장이 이번 사태 촉발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0% 환산이자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며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UST에서 자금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장의 약세까지 겹쳐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지고 투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테라 로고/사진=뉴시스
LFG가 대규모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지만 대비책이 완성되기 전에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며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상자산 리서치 회사인 아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베틀 룬데는 "비트코인 보유량이 테라 측이 원하는 규모에 도달했지만 이 매장량을 활용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FG가 보유 비트코인으로 직접 UST를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충분한 대비책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LFG는 9일 기준 BTC 26.9억달러(약 3조4270억원) LUNA 1억달러(약 1274억원) AVAX 9903만달러(약 1261억6422만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페깅이 깨진 이후 보유 비트코인을 이용해 페깅 방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시장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며 디페깅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주혁 매니저는 "LFG가 UST 가치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했는데, UST 가치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매도하니 시장이 하락하면서 LUNA가격도 함께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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