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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새 200억弗 집어삼킨 '테라 사태'… 대책은 "하드포크"

테라 만든 권도형 "모두에 고통"
실패 인정 동시에 "방법 찾겠다"
하드포크 제안, 절반은 '좋아요'
주요 거래소들은 루나 상장폐지

하루 새 200억弗 집어삼킨 '테라 사태'… 대책은 "하드포크"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테라를 지원하는 루나(LUNA)가 동반 폭락하면서 수백억달러가 순식간에 증발한 가운데 향후 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UST와 루나가의 거래를 중지하고 있는 가운데, 권도형(해외 사용 이름 권도) 테라폼랩스 대표가 UST의 실패를 인정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인 포크(Fork)를 통해 문제를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권도형 "모두에게 고통줘"… 실패 인정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UST의 디페깅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커뮤니티, 직원, 친구,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탈중앙화 경제에서 탈중앙화 화폐가 필요하다 믿지만, UST는 그런 화폐가 아닐 것"이라며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나를 포함해 그 어떤 기관도 이 사태를 통해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나 또한 위기 속에 UST와 루나를 매도하지 않았다"며 "커뮤니티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으며, 커뮤니티가 합의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T는 협정세계시(UTC) 기준 지난 8일부터 디페깅이 시작됐다. 13일부턴 0.1달러(약 130원) 선까지 하락하며 스테이블코인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UST의 가치를 지원하도록 설계된 루나의 하락세는 더 심각하다. 지난 달 까지만 해도 100달러(약 13만원) 이상에 거래되며 승승장구했던 루나는 지난 13일 0.00001달러(약 0.01원) 선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루나는 24시간만에 200억달러(약 25조원) 이상의 가치를 상실했고 이는 단일 가상자산으로서 최대 규모의 폭락으로 기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거래소들이 잇따라 루나를 상장폐지하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12일 루나에 대한 마진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13일에는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루나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도 루나를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비트는 오는 20일 12시, 빗썸은 오는 27일 오후 3시 거래를 중단시킬 예정이다.

■권 대표, 하드포크 제안… 성공 가능성은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권도형 대표는 테라프로토콜에 대해 논의하는 테라아고라(agora.terra)에 루나의 포크(Fork)를 제안했다. 그는 "테라 커뮤니티와 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체인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제안은 현재까지 약 15만4000건의 조회수와 약 8900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포크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개선사항이 있을 때 진행하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의 일종이다. 하드포크(Hard Fork)를 진행하면 대부분 이전 노드들은 버려진다. 권대표는 하드포크를 통해 총 10억개의 새로운 토큰을 생태계 이해 관계자들에게 분배하자고 제안했다. UST와 루나는 실패했지만 테라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토큰 10억개 중 4억개는 각각 디페깅이 일어나기 전에 루나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하는 과정에 UST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1억개는 각각 체인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루나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과 커뮤니티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미 신뢰를 잃은 권도형 대표의 제안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실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펑자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사견임을 전제하고 "(하드포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포크가 새로운 네트워크에 어떤 가치를 주지는 않으며, (권 대표의 제안은)이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35억달러 상당 비트코인은 어디에?

15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테라를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BTC) 행방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LFG는 올 1~5월 약 8만394BTC를 매수했다고 공개했다. UST가 디페깅 조짐을 보이면 UST를 매수해 시중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용도다.

그런데 LFG가 보유한 비트코인들이 어떻게 됐는 지 공식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UST가 하락하기 시작한 후인 9일(현지시간) LFG는 시세 방어를 위해 장외거래(OTC) 시장에 7억5000만달러(약 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출해주겠다고 밝혔다. 실제 비슷한 시기 LFG와 연동된 비트코인 주소에서 새로운 주소로 7억5000만달러 상당인 2만2189BTC가 전송됐다. 같은 날엔 또 다른 LFG의 지갑에서 3만BTC(약 9억3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상당)가 같은 주소로 보내졌다.

LFG가 전송한 총 5만2189BTC는 몇 시간 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단일 주소로 이전됐다. 그러나 실제 이 비트코인들이 UST를 매수하는 데 이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LFG는 2만8205BTC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10일(현지시간) 단 한번의 거래로 모든 물량이 바이낸스로 전송됐다. 이 물량 또한 매도가 됐는지, 다른 지갑으로 옮겨졌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권도형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보유 물량의 사용에 대해 곧 밝히겠다고 전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