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프 김재호에 덜미 잡혀
김태훈, '신장타자' 장승보에 패해
'1번시드' 함정우, 시드64위에 '혼쭐'
'17년 챔프' 김승혁, 연장전서 살아나
19일 경남 거제시 드비치GC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64강전에서 64번 시드 선수에게 천신만고 끝에 1홀차 승리는 이를 거둔 1번 시드의 함정우.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
거제시(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매치 플레이 경기 방식은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다른 묘미가 있다. 하위 시드가 상위 시드를 이기는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19일 경남 거제시 드비치GC(파72)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첫날 64강전에서도 예외없이 이변이 속출했다. 이 대회는 제네시스 포인트 등 작년 성적 상위 32명과 예선전을 치러 올라온 32명 등 총 64명이 출전했다.
이변의 최대 희생양은 김태훈(37·비즈플레이)이다. 작년 대회 시드 1번이자 2020년 제네시스 포인트 1위인 김태훈은 '투어 3년차' 장승보(27·웹케시그룹)에 2홀을 남기고 3홀차로 덜미를 잡혔다. 신구 장타자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두 선수의 경쟁은 그린 플레이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날 김태훈은 16번째홀까지 버디를 1개 밖에 잡지 못했다.
'거함'을 침몰시킨 '조선의 거포' 장승보는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큰 무리를 하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했다. 샷의 거리 보다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 내내 리드를 잡고 있어서 그런지 심적으로 편했다"면서 "남은 경기서 퍼트가 중요할 것 같다. 지금 감도 좋고 흐름도 잘 타고 있다. 기회를 잡은 홀에서는 과감하게 플레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8년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인 20번 시드의 최민철(34·대보건설)은 예선전을 거쳐 올라온 46번 시드의 정태양(22)에게 덜미가 잡혔다. 지난주 우리금융 챔피언십서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임했을 정도로 최근 들어 샷감이 살아나고 있는 최민철은 정태양의 겁없는 플레이에 막혀 4&3으로 완패를 당했다.
19일 경남 거제시 드비치GC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첫날 64강전에서 베테랑 황인춘을 맞아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장희민. 지난주 우리금융 챔피언십서 우승한 장희민은 이번 대회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KPGA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쳐 2018년 투어에 데뷔한 정태양은 그 해에 시드를 잃고 이후 일본프로골프(JGTO) 2부 투어를 전전하다 국내로 돌아와 작년에 스릭슨투어서 활동했다. 그리고 스릭슨투어 6위로 이번 시즌 코리안투어 시드를 획득한 무명이다.
정태양은 "매 홀 최대한 집중해서 차분하게 플레이하면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최민철 선수가 우승 경력도 있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끝까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면서 "64강전처럼 매 홀 집중해 경기하겠다. 조별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이번 대회 목표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이동민(37·동아오츠카)은 예선전을 거쳐 올라온 김재호(40)에게 1홀차로 패했다. 이동민과 김재호의 대결은 이동민의 낙승이 예상됐었다. 이동민은 작년 이 대회 우승 등 통산 2승, 김재호는 2008년 데뷔 이후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어서다.
작년 한국오픈 우승자 이준석(34·우리금융그룹)은 59번 시드의 김성용(46)을 맞아 연장 2홀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에서 세 번째 연장자인 김성용은 캐디없이 셀프 라운드를 하면서 이준석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19일 경남 거제시 드비치GC에서 개막한 KPGA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첫날 64강전에서 김재호에게 덜미가 잡힌 디펜딩 챔피언 이동민. /사진=KPGA
7번 시드의 문경준(40)은 58번 시드의 김영웅(24·금강주택)에게 혼쭐이 났다. 문경준은 연장 첫 번째홀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김영웅의 집요한 추격을 뿌리쳤다.
2017년 우승자 김승혁(36·금강주택)과 통산 2승의 함정우(28·하나금융그룹)도 진땀을 뺐다. 김승혁은 전재한(32)을 맞아 19번째홀에서 승리를 거뒀고 1번 시드의 함정우는 64번 시드의 최천호(32)에게 마지막 18번홀에 가서야 백기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한편 지난주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데뷔 2경기만에 우승한 장희민(20)은 통산 5승의 베테랑 황인춘(48)을 상태로 승리를 거뒀다. 정규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장희민은 연장 첫 번째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황인춘을 제치고 32강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희민은 "힘들었다. 특히 아이언샷이 오늘 잘 됐다. 우승 직후 대회라 나름 부담감도 있었다"면서 "황인춘 선수가 워낙 ‘베테랑’이라 긴장도 되고 압박도 받았다. 황인춘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위기 관리 능력, 집중력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게는 큰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력적으로는 아무 문제없다. 우승하고 흐름을 탔기 때문에 이번 대회 끝까지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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