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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가게에 맡겼던 내 동생, 전재산 바쳐서라도 찾고파" [잃어버린 가족찾기]

"과일가게에 맡겼던 내 동생, 전재산 바쳐서라도 찾고파" [잃어버린 가족찾기]
김인영씨 동생 김옥경씨(당시 1세)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잃어버린 동생을 찾을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이라도 바치고 싶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58년 전 동생과 헤어진 김인영씨(64)가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동생과 달리 자신만 부모 밑에서 자란 것이 커다란 죄책감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이모는 1964년 5월 20일 그의 동생이었던 김옥경씨(당시 만 1세)를 서울 중구 신당동 문화시장의 한 과일가게 주인에게 맡겼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김씨 가족으로선 자식을 둘이나 키울 여력이 없어서 옥경씨를 '부잣집에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김씨의 모친은 옥경씨를 보낸 뒤 매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당초 옥경씨를 보내는 것은 이모와 상의한 내용이었지만, 정작 옥경씨가 없으니 빈자리가 컸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김씨 모친은 옥경씨를 되찾기 위해 문화시장 과일가게에 찾아갔으나 옥경씨는 이미 다른 집으로 보내진 뒤였다고 한다. 과일가게 주인은 옥경씨를 어디로 보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에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7세였던 김씨는 동생이 없어진 이후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생을 보낸 뒤 어머니는 넋이 나간 상태로 평생을 사셨다"며 "지나가다가 동생을 닮은 아기만 보면 달려가서 옥경이가 아닌지 확인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로부터 2년 뒤 돈을 벌러 나갔던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는데 동생이 없어진 걸 알고 집안이 난리가 났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옥경씨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 "왼쪽 손목 안쪽에 쌀알 크기의 몽고반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만 1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외적인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유독 해맑고 낯을 안 가리는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아흔을 넘긴 모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옥경씨를 찾는 게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모친은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유전자등록을 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TV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챙겨 보는 등 옥경씨를 다시 볼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동생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다"며 "버려졌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했을 동생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집은 밥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며 "이제 막 태어난 동생이라도 부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어머니가 다른 집에 보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신당동 문화시장 과일가게 주인의 자녀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혹시라도 이들이 옥경씨가 어디로 입양 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에서다.

김씨는 "동생은 버려지고 나만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며 "다시 옥경이를 본다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