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김정희 사무총장
정부·모금단체 1차 이재민 지원금
절반이상이 우리협회 통해 전달
집행투명성 믿어준 기부자들 덕분
작년 코로나 성금도 1000억 달해
어려운 이웃 살피는 분들께 감사해
지난 3월 26일 우크라이나와 마주한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의 인도주의적 지원 센터에서 희망브리지 해외봉사단이 노르웨이 구호단체 파라크루 관계자에게 구급 키트를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자연재난은 이미 그 위력이나 빈도가 과거를 웃돌고 있다. 불볕 더위와 게릴라성 폭우는 일상이 됐고, 태풍도 전에 없던 바람과 비를 동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2년 이상 이어지면서 삶의 양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봄이면 큰 산불이 나면서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지기도 한다. 태풍, 호우, 폭설, 가뭄,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여러 단체가 모은 국민성금(의연금)을 한데 모아 이재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가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사회재난으로 분류되는 코로나19와 산불에서도 모금액과 이재민 지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희망브리지 사무실에서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을 만나 일상화된 재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1000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은 데 이어 동해안 산불로도 500억원 넘는 성금이 희망브리지로 답지했다. 국내 모금단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국민이 희망브리지를 선택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산불이 발생한 지난 3월 4일부터 4월 30일까지 58일 동안 국민과 기업, 단체 등 64만9130명(곳)이 535억5988만9353원의 성금을 희망브리지에 건네주셨다. 성금을 투명하게 배분하고 집행한 점을 높이 사주신 것 같다. 희망브리지는 한국가이드스타의 공익법인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점을 받았다. TV에 모금광고를 할 돈을 아끼고, 불필요한 지출도 최소화했다. 많은 분들이 희망브리지를 통해 기부에 참여해주신 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봐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61년부터 국내 재난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온 점 역시 높이 사주신 것 같다. 희망브리지는 태풍, 호우, 폭설, 지진 등 자연재난을 비롯해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연평도 포격, 2014년 세월호 참사, 2018년 강원산불 등 사회재난에서도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처럼 미지의 감염병이 얼마나 이어질지, 어떤 피해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2020년 4월까지 900억원 가까운 큰돈을 모금했음에도 신중하게 지원 방법을 논의했다. 그 결과 당장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물품을 지원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지원도 지금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전문성이 국민과 기업, 단체의 신뢰를 얻은 것 같다.
―산불 이재민에게 어떤 지원을 했나.
▲산불이 발생한 당일 이재민들이 몸을 피한 울진국민체육센터로 옷가지와 모포, 생수, 생필품 6만여점을 보냈다. 8일 동안 이재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선별해 총 27만5000여점을 울진을 비롯해 산불 피해지역으로 전달했다. 산불이 진화된 이후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2년까지 지낼 수 있는 임시주거시설을 제공했고, 행정안전부, 다른 모금단체들과 협의해 이분들에게 국민성금을 1차로 전달했다. 민간에서 전소, 반소, 부분소, 세입자 등 피해 유형에 따라 182억여원이 지원됐는데 이 중 102억원가량이 희망브리지를 통해 전달됐다. 남은 성금을 지원할 방법도 행정안전부, 경상북도, 강원도 등 정부 및 다른 모금단체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돕고 있는데.
▲21세기에 일어나리라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는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일상이 완전히 파괴됐다. 희망브리지는 지난 3월 말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장 많이 피난한 폴란드에서 의약품 꾸러미와 응급구호세트 1000여개, 생필품 500여점을 현지 단체와 한인 선교사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한국으로 입국한 우크라이나인들(고려인 포함)의 상황도 살피고 있고, 조만간 우크라이나로 더 많은 구호물품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끝으로 성금을 건넨 기업과 단체 관계자,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모든 기부자분들께 오직 감사할 뿐이다.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고 본다. 자가격리, 집합 제한과 같은 어려운 제약 속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뜻과 힘을 모았다. 이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이웃들을 돕는 일에도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다. 올 3월 동해안 산불을 극복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곁의 어려운 이웃을 먼저 살피는 마음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그래서 단순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항상 세심하게 계획한다. 재난 현장에서 빨래와 건조가 가능한 세탁구호차, 이재민들의 심리 상태를 돌볼 수 있는 심리지원차,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감염병 방역에 활용할 수 있는 통합방역차 등 수억원에 이르는 특수 구호차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긴 호흡으로 구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2년간 경제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취약계층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분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되찾는 날이 바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일 거라고 본다. 아울러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로 꼽히는 니얼 퍼거슨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 시스템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드러났으니, 그러한 부분들을 없앤다면 코로나19는 오히려 우리를 더욱 건강하고 강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에 닥칠 미지의 재난에 대처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난 2년을 잘 되새길 필요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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