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앞당겨 추진
"투기 수요 차단에 효과 있을것"
시장선 "규제 적용시점 앞당기면
거래 절벽 길어져 시장 왜곡될수도"
지난해 4월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6·7차 아파트의 모습. 사진=김희수 기자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발 집값 상승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의 조기화 추진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조합 설립 이후인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앞당겨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기 양도 제한이 재건축 시장의 거래절벽을 악화시켜 매물 품귀에 따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반론도 대두되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기화 '투기 차단'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현행 조합 설립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강화하는 정책이 정·관계에서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같은 내용을 공동 발표한데 이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4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정부와 여당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강화가 규제완화와 가격상승 기대감에 따른 투기 수요 차단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17일 조합 설립을 대체하는 신탁방식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서 75% 요건을 충족한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앞두고 매수세가 몰렸다. 지난 3월 말과 4월 중순 두 건의 최고가 거래가 발생했다. 부동산 활황이던 지난해 1~8월 8건의 거래 이후 반년 넘게 끊겼던 매매가 다시 이뤄진 것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단지에서 주민동의서를 모으기 시작해 완료까지 4년이 걸렸다"며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인 75%에 육박하자 막차라고 생각했는지 잠잠하던 매수 문의가 적극적으로 바꼈다"고 말했다.
■거래절벽과 가격상승 고착화 우려
시장에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가뜩이나 거래절벽을 만드는데, 규제 적용 시점을 앞당길수록 거래 실종기간이 길어져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소수 물건만 거래된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37조는 10년 소유 5년 거주, 1가구 1주택자 매물이나 재건축 사업 3년 이상 지연 시 3년 이상 보유자 매물 정도만 양도를 허용한다. 사업지연은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착공, 준공 각 단계에서 3년 이상 지체되는 경우다.
지금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으로 매물이 희귀해 거래절벽과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안전진단 이후로 앞당기면 사실상 재건축 매물 거래는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거래 가능 매물은 수요가 몰려 시장침체에도 신고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지난해 4월 재건축 조합을 설립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1·2차 아파트(압구정3구역) 전용 131㎡는 지난 4월 47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4월 실거래가는 40억원으로 1년새 가격이 17.5%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9.81% 올랐다.
압구정현대1·2차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되는 매물이 귀하기 때문"이라며 "매물이 없으니 지난해 4월 조합 설립 이후 거래는 10분의 1 토막에 가격은 뛰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은 오래 걸려 소유자가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으면 집을 팔 수가 없다"며 "못 팔거나, 헐값에 팔거나 결국 재산권 침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기화로) 투기 수요 차단 효과가 커지는 점도 있다"며 "결국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로 정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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