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실공이 글로벌 주요 콘텐츠 강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 최근 한류 열풍의 주인공은 'K-콘텐츠'다. 더 이상 미사여구가 필요 없을 BTS는 물론,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예를 얻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넷플릭스 전 세계 드라마 순위 최상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K-콘텐츠'는 글로벌 무대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이러한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엔딩 크레딧에 독특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뮤직 카피라이트 클리어런스 에이전시(Music Copyrights Clearance Agency)'다.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에이전시 리웨이뮤직앤미디어에서 다양한 광고와 영화, OTT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승인을 책임지고 있는 이예지 선임 매니저와 유지수 매니저를 [fn★피플]이 찾았다. 이들은 음악 저작권 분야의 전문가이자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로 불리며 맹활약 중이다.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이예지: 안녕하세요. 리웨이뮤직앤미디어의 5년 차 선임 매니저 이예지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 '기아' 등의 광고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매년 진행하고 있고요, 방송작품 중에서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과 '백스피릿'에 참여했습니다.유지수: 안녕하세요. 저는 리웨이뮤직앤미디어에서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와 해외 라이센싱을 담당하고 있는 3년 차 유지수 매니저입니다. 이예지 선임 매니저님과 함께 다양한 광고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담당하고 있고요. 현재 몇몇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와 극장 영화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이예지: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는 영화, 드라마, 광고에 삽입되는 음악 저작물을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음악은 다른 예술분야보다 저작권이 훨씬 복잡한 편이에요. 예를 들어 곡은 하나인데, 저작권자는 작곡/작사가, 가창/연주자, 음반회사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각 그룹은 다시 또 여러 명의 저작자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 모든 저작권자들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아야합니다. 저작권을 해결하지 못해 음악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음악 저작권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사용 승인 과정이 쉬운 곡들은 제작사와 광고주 측에서 직접 진행합니다. 하지만 저작자 파악이 어렵거나, 국내에 저작권사가 없는 음악은 저희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 특히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요즘은 음악 저작권 승인 업무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곳이 많아요.
Q. 음악 저작권을 승인 받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유지수: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모든 콘텐츠는 음악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 저작자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국내외 음악 모두 먼저 해당 음악의 저작자를 파악하고 사용 조건에 대해 안내한 뒤 사용 승인료를 협상해요. 이후 저작권 승인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합니다. 모든 콘텐츠는 상황에 따라 삽입하는 음악이 달라질 수 있어서 한꺼번에 여러 후보 곡을 조사하고 다수의 저작자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합니다. 콘텐츠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드릴 때도 있어요.Q. 광고와 영화, 드라마에 어울리는 음악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이예지: 광고 음악과 영화, 드라마의 배경음악은 저작권 승인 절차도 조금 다릅니다. 광고는 제품 출시에 맞춰서 급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영화와 드라마는 크랭크업과 동시에 음악 저작권 승인을 진행하기 때문에 광고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광고에는 저작권 승인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음악을, 영화, 드라마 등에는 공간과 시간 배경, 장면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중심으로 추천해 드리죠.Q. 성향에 따라 처리하는 업무 분야도 다르겠네요.이예지: 저는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더라도 납품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영화와 드라마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가 조금 더 마음이 편해요. 처음부터 천천히 살펴보고 실수가 있진 않나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까요.유지수: 저는 오히려 광고 음악을 진행할 때의 빠른 속도감을 즐기는 편입니다. 광고는 빠르게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진행하고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납품을 기다리며 업무를 진행하는 시간이 오히려 불안하더라고요. 하지만 광고 음악과 영화, 드라마 음악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의 클리어런스 작업을 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회의를 통해 작품을 분배하고 서로 질문하고 연구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진행했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이예지: 제가 진행했던 건 중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백스피릿'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PD님들과 처음으로 직접 소통하며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진행했어요. 해당 시리즈는 K-POP 음악 콘텐츠가 아님에도 음악 콘텐츠인 것처럼 정성을 들여 선곡해주시고, 곡의 수량도 음악 예능만큼이나 많이 사용하셨거든요. 총 22곡의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진행했었고 정말 많은 권리자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콘텐츠예요.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는 최근 들어 많이 생겨나고 있고 그 파급력도 엄청나지만 대다수의 뮤지션, 권리자분들에게 익숙한 매체는 아니에요. 그래서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진행할 때 사용 조건과 계약서 세부 내용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했고 제작사와 권리자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여 최종 사용 승인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또한 콘텐츠를 제작하시는 PD님들이 가지고 계신 열정과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어서 저도 더욱 성심성의를 다해 진행했던 작품입니다.Q. 클리어런스를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요?유지수: 작년 한 해 동안 저희가 진행했던 광고, 영화, 드라마가 72편이었어요. 작품에 사용된 총 곡수는 무려 100곡이 넘구요. 일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이만큼 열심히 일했구나 싶기도 하고, 가족들과 TV를 볼 때 제가 진행했던 광고들이 연이어 방송되면 뿌듯해하며 '이거 내가 한 거야'하고 자랑하기도 해요. 찾기 힘들었던 저작자의 연락처를 파악해 연락이 닿아 승인을 받았을 때, 저작권 승인 절차에 어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저희에게 저작권 관련 상담을 요청하실 때, 진행 과정을 정확하게 설명해 드리고 제가 도움이 됨과 동시에 저도 그 분야의 새로운 배움을 얻었을 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fn★피플]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 인터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jisoomovie@fnnews.com 박지수 기자 사진=리웨이 뮤직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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