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뉴욕 증시가 휘청거렸지만 오히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에 배팅하면서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 매크로(거시경제)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글로벌 기술주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31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8억6022만 달러(약 2조3085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주식은 테슬라로 10억3567만달러(약 1조2821억원)에 달했다. 앞서 4월 테슬라의 순매수 규모는 8528만달러로 상위 6위였으나 한달만에 순매수 규모가 9억5039만달러(약 1조1765억원) 늘었다.
지수를 2~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도 대거 순매수 상위 종목에 들었다.
상위 10종목 중 4종목이 레버리지 종목이었다. 순매수 2위는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QQQ ETF’(4억2808만달러)가 차지했다. 나스닥 100 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애플(AAPL)은 1억5185만달러로 순매수 3위를 기록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 SHS ETF’(6864만 달러)는 4위, 아이온큐(IONQ)가 5261만달러로 5위를 기록했다.
이외 'MICROSECTORS FANG+ INDEX 3X 레버리지 ETN'(FNGU)이 3513달러로 6위였으며,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QLD)가 2987만달러로 8위에 올랐다. 엔비디아(NVDA)는 2949만달러로 9위였다. FNGU와 QLD는 각각 FANG+(팡 플러스) 지수를 3배, 나스닥100 지수를 2배로 추종한다.
이처럼 서학개미들이 순매수 상위에 기술주와 기술주 관련 레버리지 상품군의 이름을 대거 올린 것은 저가 매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지난 4월 25일 종가 998.02달러로 '천슬라'가 깨진 뒤 지난 24일에는 장중 한때 620.57달러까지 밀리며 올해 최저가를 찍기도 했다. 올해 1월 4일 고점 1208달러 대비 48.6% 떨어진 수준이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서학 개미들의 저가 매수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수익률은 -31.4%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서학개미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22일 고점에서 지난달 20일 저점까지 31.9% 밀렸지만, 지난달 27일 미국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나온 뒤 반등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실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았고 4월 PCE 가격지수 결과는 물가 둔화 기대를 높였다"며 "5월 들어 매물 출회라는 결과만 보여왔던 투자심리가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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