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최고령 컷 통과 경신 초읽기
아들뻘 후배들 상대로 노보기 경기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 첫날 9번홀에서 웨지샷을 홀에 붙인 뒤 환호하는 갤러리를 향해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는 김종덕. 그는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4개를 솎아내 공동 5위에 자리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
양산(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레전드'김종덕(61)이 아들뻘의 후배 선수들을 상대로 전성기 때에 버금가는 불꽃타를 날렸다. 김종덕은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 남-서코스(파71·7048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KPGA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5억원)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4개를 솎아내 4언더파 67타를 쳤다. 당당히 '톱5'에 이름을 올렸다.
1998년 대회 우승자인 김종덕은 이번 대회에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했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김종덕은 출발과 동시에 기분 좋은 버디를 잡았다. 이후 18번홀(파4)까지 8개홀 연속 파행진을 하던 김종덕은 후반 첫 번째홀인 1번홀(파4)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은데 이어 3번홀(파5)과 4번홀(파3)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열 여덟번째 홀인 마지막 9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하며 노보기 플레이를 완성했다.
상위권에서 노보기인 선수는 김종덕과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황중곤(30·우리금융그룹), KPGA코리안투어 2승의 이기상(36) 등 몇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안정된 경기력을 보였다는 방증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파5홀이었다가 이번 대회서 파4홀로 바뀐 15번홀과 열 여섯번째홀인 7번홀(파4)이다. 전장 510야드의 15번홀은 두 번째샷이 그린에 못미쳤으나 세 번째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16번홀에서는 두 번째샷이 그린앞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으나 세 번째샷을 2m 지점에 떨궈 파를 잡았다.
김종덕은 정규투어 13승(KPGA코리안투어 9승, 일본프로골프투어 4승)과 시니어투어 18승(KPGA챔피언스투어 13승, 일본 시니어투어 4승, 대만 시니어투어 1승)을 거두고 있는 한국 골프의 '레전드'다. 이번 대회서 컷을 통과하게 되면 KPGA선수권대회 최고령 컷 통과 신기록(61세6일)을 작성하게 된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2007년에 최윤수(75)가 세운 )58세11개월1일이다.
이날 김종덕은 김태호(27), 신용구(31)와 한 조로 플레이를 했다. 둘 다 KPGA 준회원인 아들 민제(32) 군보다 적은 나이다. 김태호와 신용구는 대선배와의 대결에서 1언더와 2오버파의 스코어 카드를 각각 제출했다.
김종덕은 "아이언샷이 좋았다. 실수도 있었지만 잘 한 것도 있었고 골프가 그런 것"이라며 특유의 미소로 말하면서 "김태호, 신용구 선수와 함께 경기했는데 간만에 후배 선수들과 플레이해 정말 좋았다.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라운드였다. 시니어 선수들은 항상 잘한다고 생각해야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에 대해 "체력이 좋아야 집중도 잘 된다. 이번 대회서 오랜만에 걸으면서 라운드를 하니 좋았다. 체력 유지 비결은 등산과 헬스다.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고 있다. 식단 관리도 한다. 내 몸에 잘 맞는 음식을 잘 섭취한다. 신체 근육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비결을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니어 골퍼를 위한 팁도 주었다. 김종덕은 "나이가 들수록 몸으로 쳐야 한다. 힘이 아닌 몸통 스윙을 한다. 상체 밸런스가 깨지면 공이 똑바로 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오늘도 핀까지 200야드 넘은 상황에서 5번 아이언을 잡았더니 동반자들이 놀라더라. 드라이버샷 거리는 후배들에 뒤져도 아이언샷의 거리는 나도 만만치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최고령 컷 통과 신기록 수립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그는 "하던 대로 하겠다. 그래도 이런 기록을 세우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깨고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 출전한 것"이라며 "내가 총대를 메고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종덕은 "2000년에 일본투어에서 활동할 때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당시 깨달은 것이 아무리 혼자 걱정을 해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다. 집에서 혼자 고민해도 아무 소용없는 것 같다"며 "마음을 편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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