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강원도 춘천시 남춘천CC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단독 선두에 자리한 함정우가 10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
춘천(강원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돈 많이 벌어 오자. 퍼팅 잘하고.."
지난 3월에 결혼한 함정우(28·하나금융그룹)-강예린(28·페퍼저축은행) 부부가 매주 각자의 대회장으로 떠나면서 서로에게 하는 말이다. 둘은 국내 남여투어서 현역으로 활동중인 유일한 부부 투어 골퍼다. 6년 열애 끝에 결혼한 신혼이지만 이들 부부가 시즌 중에 집에서 함께 보내는 날은 대회가 끝나는 일요일과 월요일 뿐이다.
함정우가 올 시즌 개막전에 밝힌 소망은 아내에게 우승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10월에 있었던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당시 여친이었던 아내의 퍼터를 들고 나와 통산 2승째를 거둔 이후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KPGA선수권대회를 제외하곤 모두 컷을 통과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공동 10위, 지난 5월에 열린 우리금융 챔피언십 공동 4위 등 두 차례 '톱10' 입상이 있다. 일심동체가 아니랄까봐 아내도 올 시즌 컷 탈락이 한 차례 밖에 없다. 그리고 아내도 같은날 열린 한국여자오픈 첫날 5언더파를 쳐 공동 2위로 선전을 펼쳤다.
그랬던 그가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것도 자신의 타이틀 후원사가 주최한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서다. 16일 강원도 춘천시 남춘천CC(파72)에서 열린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함정우는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쳐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이 골프장에서 공식 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함정우가 기록한 8언더파는 코스 레코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남은 일정 기간 이 기록이 깨지지 않으면 함정우는 골프장측에서 지급하는 코스 레코드 상금 500만원을 보너스로 챙기게 된다.
1번홀(파5)에서 출발한 함정우는 2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홀 1m 지점에 떨궈 첫 버디를 잡았다. 3번홀(파3)에서 티샷을 4m에 붙여 연속 버디를 잡은 함정우는 기세를 몰아 5번(파5)과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 9홀을 4타 줄인 채 마쳤다.
후반 들어서도 달아 오른 샷감은 식지 않았다. 11번홀(파4)에서 6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함정우는 15번홀과 16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10번홀에서는 두 번째샷을 1m에 붙여 탭인성 버디였지만 16번홀은 10m 가량의 먼 거리 퍼트였다. 기세가 오른 함정우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쳤다.
함정우는 "코스가 어렵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퍼트가 좋았다. 대체적으로 운이 많이 따랐다. 스폰서 대회라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서 그 기운을 받은 것 같다"면서 "스폰서 대회라는 부담없이 평소 하는 것에서 조금 더 신경 써서 플레이 했다. 그린 미스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데다 아이언의 핀포지셔닝이 좋았다. 이 코스는 3단, 4단이 많아 아이언의 핀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성적에 대해 "뭔가 잘 안풀리는 느낌이다. 작년보다 샷은 더 좋아졌다. 그런데 연결이 안된다"면서 "지난주 컷 탈락하고 곰곰이 분석해보니 핀 공략을 잘못했던 것 같다. 잘 맞아서 공격적으로 치다가 미스로 이어졌다. 한 번 보기를 하면 연속 보기로 이어졌다"고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그리고 그게 주효했다. 함정우는 "'보기한 다음홀에서 파로 마무리하자'고 마음 먹었다. 너무 스코어 하나하나에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안될 때는 스윙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말고 본능대로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아이언이샷이 퍼트하기 쉬운 곳으로 갔다. 그래서 스코어가 좋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수라면 누구나 스폰서 대회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 꼭 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이번주에는 유쾌한 골프를 하겠다. 그동안 못 쳐서 TV에 나오지 않아 안보였을 뿐이다.
오프더레코드로 동반 선수들을 많이 웃기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올 시즌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데뷔 13년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둔 박은신(32·하나금융그룹)도 6타를 줄여 스폰서 대회서 통산 2승째를 거둘 기회를 만들었다. 이규민(22·우성종합건설), 현정협(39·쿠콘), 김준성(31·무궁화신탁) 등도 2타차 공동 2위에 자리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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