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의정부=강근주 기자】 의정부시 가재울도서관은 2017년 12월22일 노숙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급식소 운영으로 슬럼화한 지하철 1호선 가능역 하부공간에 개관했다. 지하철 역사 하부공간을 활용한 도서관으로는 전국 최초다. 환경 개선과 도시재생을 위해서다.
실제로 가재울도서관은 도서관이란 공간을 축으로 책-음악-그림 등 문화예술을 연계해 시민 삶에 즐거움을 증폭하고 문화 향유권리를 확대해줬다. 주변 환경이 슬럼화에서 벗어나 밝고 건강한 문화가 1년 365일 흐르는 곳으로 변신했다.
이재송 교육문화국장은 19일 “앞으로도 가재울도서관이 지역사회를 정화하고 문화 소외계층에 다양한 독서활동 서비스와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시민 삶이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도록 도서관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시 가재울도서관 전경. 사진제공=의정부시
의정부시 가재울도서관 내부. 사진제공=의정부시
◇책-그림-음악 함께하는 차별화된 문화공간
가재울도서관은 기존 공공도서관 틀에서 볼 때 매우 취약한 공간이다. 가능역 주변으로 늘어선 술집과 오고가는 노숙자로 슬럼화한 버려진 교각 하부공간에 가설건축물로 건립됐다. 도서관 위로는 전철이 수시로 오가며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색다른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보존서고를 2층에 만들고, 운영시간 중에 잔잔한 BGM을 재생해 아늑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작년 봄, 도서관 외부에는 이야기길도 만들었다.
가능역 지하철 소음을 줄이고 가재울도서관만의 아늑하고도 잔잔한 분위기를 책임지고 있는 BGM도 사서들 손길이 더해져 책과 융합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매월 사서들이 선보이는 사서컬렉션 주제에 맞는 클래식-팝송-재즈 등을 선곡해 책을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음미할 수 있다.
SNS-뉴스 등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나 사서가 이용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등 주제를 정해 해당 주제에 맞는 ‘책’과 ‘소품’을 전시하던 기존 사서컬렉션에 ‘노래’를 함께해 공간 분위기를 새롭고 다채롭게 변화시켰다.
변화 바람은 가재울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도 일었다. 가재울도서관 이용 시민은 도서관이 정숙해야만 하는 공간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공부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지하철 기다리며 공간에 머무는 사람, 책과 문화전시를 감상하는 사람, 이야기길을 구경하는 사람, 업무 보는 사람 등이 어우러져 캐주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서관의 딱딱함, 엄숙함이란 관념의 벽을 시민과 도서관이 함께 허물어가는 중이다.
의정부시 가재울도서관 내부. 사진제공=의정부시
의정부시 가재울도서관 내부. 사진제공=의정부시
◇공간 넘어 도서관-책을 각인시키다
가재울도서관도 코로나19 팬데믹은 피할 수 없었다. 도서관을 찾는 시민이 주춤해진 요즘, 가재울도서관은 시민이 도서관과 책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도서관 역할을 보다 공고히 다지고자 새로운 실험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연간 독서율과 독서량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새로운 독서진흥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도서관 공간에 들르지 않고도 독서할 수 있는 ‘가재울 독서챌린지, 몰입’이 그래서 탄생했다. 몰입은 온라인 메신저(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비대면 독서모임으로 참여자는 매주 도서관에서 정한 분량만큼 책을 읽고 내용에 관한 생각이나 감명 깊은 구절, 생각나는 영상물이나 노래 등 다양한 감상을 공유한다.
독서량에 따라 1년에 6권의 책을 읽는 ‘탐화’, 1년에 12권 책을 읽는 ‘아원’, 1년에 20권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장원’까지 3단계로 구성해 독서 초보자부터 독서가 취미인 사람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가재울도서관은 의정부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해 관내 총 4개 지역아동센터가 도서관에서 기획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서 프로그램은 듣는 독서에서 보는 독서 그리고 생각하는 독서 단계로 이어져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다양한 독후 활동으로 연계된다.
아이들은 가재울도서관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교육과 책과 함께하는 문화 향유를 통해 올바른 독서습관, 학습능력 등을 기르고 나아가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다지게 됐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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