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영 '집합 12-DE056'
작은 삼각형과 사각형의 스티로폼을 고서(古書)의 한지로 싼 오브제들을 화면에 가득 붙여 작업하는 전광영(78)은 캔버스의 사각 평면에 무한의 시간과 공간을 담아낸다. 그의 '집합' 시리즈는 어린 시절 본 한약 봉지들과 보자기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독특한 질감으로 한국적 감수성을 드러내며 빛 바랜 기억 속 한지에서 작품의 정체성을 찾는다.
가장 독특한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오래된 한지를 접어 조형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는 전광영의 독특한 작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인정받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전시를 시작했다. 또 지난 4월에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특별전에 초대돼 현지에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전광영은 당시 도제식 미술교육을 피해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가 추상표현주의에 매료됐으나, 이방인으로서 혼돈의 시기를 보내다 1977년 귀국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 지금의 '집합' 시리즈를 개척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후 지금까지 화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UN본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작가는 2010년 이후부터 한지 작품의 색을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2012년에 제작된 작품 '집합 12-DE056'은 짙푸른 쪽빛으로 염색한 한지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작가는 푸른색을 통해 만물의 탄생을 은유하고자 했다. 케이옥션 6월 경매에 나온 이 작품의 경매추정가는 1억8000만~2억2000만원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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