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이구순의 느린 걸음] 유연한 5G 주파수 정책 기대

[이구순의 느린 걸음] 유연한 5G 주파수 정책 기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세대(5G) 이동통신용으로 쓸 3.4㎓ 대역 주파수 할당을 공고했다. 이 주파수는 사실상 LG유플러스의 소용에만 닿는 주파수라,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말 많고 탈 많았다. 주파수가 필요한 LG유플러스가 지난해 7월 할당을 신청해 1년여 만에 정책이 결정됐다. 오래 걸린 게 흠이지만, 잘한 결정이지 싶다.

주파수는 유한자원이고, 국민의 자산이라 공정하게 할당하고 효용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분배돼야 한다. 그렇게 귀한 주파수라도 정부가 손에 쥐고 있으면 가치가 없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국가 장부에 기록만 돼 있는 주파수는 사실 존재가치가 없다. 이동통신 회사에 주파수를 나눠주고, 투자를 통해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로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주파수는 국민의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동통신 회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개발하고, 최대한 빠르고 공정하게 시장에 내놓는 게 국민의 자산을 관리하고 활용할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SK텔레콤이 할당을 신청한 3.7㎓ 대역 주파수 할당도 서둘러 결정했으면 한다.

사실 정부의 5G 주파수 할당계획은 지금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5G는 음성통화와 무선인터넷만 쓰던 3G, 4G와 달리 메타버스나 사물인터넷(IoT)처럼 대용량 데이터를 써야 하는 서비스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3.4㎓와 3.7㎓의 5G 주파수는 각각 100㎒씩 3등분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200㎒ 폭의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 품질 좋은 5G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5G 주파수 청사진이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정부의 5G 주파수 청사진이 당장은 실현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내년에 3.7㎓ 대역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내기로 했는데, 정작 3.4㎓와 3.7㎓의 총 200㎒ 폭 주파수를 묶어서 쓸 수 있는 장비가 내년에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파수를 줘도 장비가 없어 쓸 수 없다는 게 이동통신 회사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SK텔레콤은 당장 20㎒를 잘라서 나눠주면 부족한 주파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 요구에 정부는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내놨지만, 마뜩지는 않은 표정이다. 당초 정부 주파수 청사진을 훼손하고 광대역 주파수정책을 실현하지 못하게 되니 부담이 있을 게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판단기준은 국민의 자산 주파수가 자산가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아닐까 싶다. 정부의 정책 청사진도 중요한 가치지만, 당장 국민이 사용할 5G 이동통신의 품질을 높이고 주파수를 활용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큰 가치 아니겠는가 말이다. 정부가 국민 편익과 산업 발전을 위해 스스로 세운 정책 청사진을 바꾸는 유연한 5G 주파수정책을 기대한다.

cafe9@fnnews.com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