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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요인 無”···환율 상단 1350원 점치는 증권가

파월, 인플레 대응 질문에 “무조건적”
외국인 주식 순매도로 자금 유출...국내 증시 붕괴
당분간 달러 강세 지지될 것

“원화 강세 요인 無”···환율 상단 1350원 점치는 증권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연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7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 1300원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뚫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고점이 확인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증권가에선 1350원까지 환율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면서 달러 강세를 전망하고 있다.

24일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5원 상승한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을 돌파한 건 금융위기 파장에 흔들리던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연준이 기어코 이달 초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을 밟고, 향후 그 보폭을 좁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고 답하면서 달러 강세는 더욱 지지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방향성은 결국 연준 긴축 기조에 연동될 텐데, 파월 의장 발언처럼 연준은 인플레 둔화의 강력한 근거를 발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통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했고 일본은행(BOJ)도 초완화적 정책을 고수하며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어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미 정책금리는 1.75%로 같은데, 한국은행이 50bp(1bp=0.01%p) 인상을 단행해도 원화 강세를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로 인한 자금 유출 압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3일 기준 최근 1주일 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46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간을 최근 1개월로 넓히면 그 수치는 4조1080억원으로 늘어난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매물을 급히 던지고 나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날로 무너지고 있다. 지난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49p(1.22%) 떨어진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020년 11월 2일 이후 최저치다.

안병진 SK증권 연구원도 “국내 외환시장이야 말로 주식·채권시장보다 대외 요인의 결정력이 크다고 보이는 만큼 환율 1300원이 뉴노멀일 수 있다”며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달러인덱스는 80대 중반이었으나, 현재 100대 중반으로 25%가 상승했다”고 짚었다.

안 연구원은 이어 “러시아 전쟁이 종료되고 일본이 긴축 태세로 전환하며, 연준의 후퇴 조짐이 있기 전까진 달러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 같은 조건들에서 변곡이 일어나지 않으면 1300원대에서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이라고 짚었다.

경기침체 현실화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나와 경기침체와 관련 “우리는 경기침체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파월 의장이 물가를 잡기 위한 정책 방향성이 향후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단 언급을 공식적으로 한 만큼 침체 가능성을 높아졌다”며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미국 구매력 반등이 요원한 상황이라는 점이고, 이는 원·달러 환율 장기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