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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수익률 탈출… 소외된 자산에 투자 고민해 볼만 [퇴직연금도 전략있게 투자하자]

(1) 퇴직연금, 내가 직접 굴린다
8% 수익률 자랑 美 '401k'처럼
내달 디폴트 옵션 도입 효과 기대
유행따라 가는 투자 손실 위험 커
자산분배형 EMP 펀드가 기본 축

쥐꼬리 수익률 탈출… 소외된 자산에 투자 고민해 볼만 [퇴직연금도 전략있게 투자하자]

퇴직연금 자산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증권사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차별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이 개정되고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서 제도적인 변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파이낸셜뉴스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제시해, 퇴직연금의 투자 전략에 대해 고민해 본다.

퇴직연금도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퇴직연금을 증권사로 입금하고,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유형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자산관리(WM)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투자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증권사 입금액 해마다 50%씩 증가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입금액은 4조6661억원에 달했다. 지난 2020년 1·4분기에 2조111억원, 2021년 1·4분기에 3조1377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해마다 50%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유형으로의 입금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운용해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고 DC형은 회사가 매년 정해진 금액을 넣고 근로자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IRP는 개인이 개별적으로 돈을 넣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입금액 중 개인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DC형과 IRP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인 것이다. A증권사의 DC형 입금액은 지난 2020년 1·4분기 1454억원에서 지난해 1·4분기 2018억원으로, 올해 1·4분기에는 3030억원으로 늘어났다. IRP도 같은 기간 1141억원→2823억원→3905억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증권사에서 DB형 입금액은 같은 기간 줄어 들었다.

A증권사 WM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부터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중장기 자산을 스스로 운용하고자 하는 니즈(수요)가 커진 게 사실"이라며 "특히 동학 개미 운동 이후 고객들이 직접 운용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커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음 달 12일부터 DC형과 IRP에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 옵션)'가 도입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 놓은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 연금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디폴트 옵션이 활성화됐고,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인 401k는 연평균 8%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퇴직연금도 전략을 갖고 포트폴리오 짜야"

그러나 WM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연금 투자에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10년 동안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3%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2%로, 전년보다 0.58%p 낮아졌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의 수익률은 세계에서도 최저 수준"이라며 "초저금리였는데 채권에만 투자를 하다 보니 수수료를 떼고 나면 수익률 2%를 넘기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유행만 따라가는 투자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경식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장은 "개인들은 시장에 휩쓸려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경우가 많다"라며 "투자에 관심은 많지만 운용 성과가 탁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팀장도 "성장주 등에만 투자하는, 흔히 말하는 "'유행 따라 가는 투자'가 많아서 최근 시장 상황에 손실도 크게 나는 경우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행에 따라가는 투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전략을 갖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를 해야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편득현 위원은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해야 한다"라며 "자산배분형 EMP 펀드를 연금의 기본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장지수펀드(ETF) 자문 포트폴리오(EMP)' 펀드는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이다.

정세호 팀장은 "연금 상품은 길게 보는 투자이기에 오히려 지금 소외된 자산에 대한 투자를 한번 더 고민해보는 것이 수익률을 만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