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 안타 재심결과 따라 뒤집혀
월간 4할타율·최다안타 무산위기
남은 경기 우천 취소 여부도 복병
뉴시스
정은원(22·한화·사진)의 타구는 안타로 보였다. 1루수 송찬의가 다이빙 캐치를 노렸으나 빠른 타구는 그를 뚫고 지나갔다. 정상적이면 우전안타였다. 그러나 2루수 손호영이 1루 쪽으로 꽤 치우쳐 수비하는 바람에 딱 걸렸다.
좌타자 정은원에 대비해 시프트 그물망을 펼쳐 둔 탓이다. 손호영은 왼쪽으로 서너 걸음 옮겨 이 타구를 잡았다. 1루수 송찬의는 아직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투수 김대유가 베이스 커버를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동계훈련 중 가장 많이 하는 수비 연습 형태다. 그만큼 실전에서 많이 나오고, 수없이 되풀이해도 실수가 잦은 상황이다. 때문에 투수는 무의식중에 1루로 뛸 만큼 반복 훈련을 한다. 그래도 종종 베이스 커버가 늦어 타자를 살려준다.
김대유는 제때 1루에 들어갔다. 2루수 손호영이 약간 몸의 중심을 잃은 채 1루로 송구했다. 공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정은원은 1루에서 살았다. 당초 기록원은 안타로 판정했다.
타구 자체가 잘 맞은 안타성이었고, 2루수가 정상 플레이를 펼치기 쉽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1일 한화와 LG의 잠실 경기 7회초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LG는 나중에 기록 판정을 재심의 해달라고 KBO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판정은 안타가 아닌 2루수 실책으로 번복됐다. 40년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원의 원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2루수 손호영이 정확하게 송구했더라면 아웃되었다고 봤다.
이 판정으로 세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수 김대유의 자책점은 1에서 0으로 줄었다. 정은원은 최재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대신 타자 정은원의 안타는 하나 줄었다. 2루수 손호영은 실책 하나가 추가되었고.
정은원은 이달 월간 MVP급 활약을 보이고 있다. 28일 현재 76타수 30안타로 6월 타율이 0.395다. 10위 팀 타자가 이만한 활약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 타자는 아무래도 팀 분위기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상대편도 한화를 만나면 무조건 이기려 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투수를 투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할 가까운 타격을 보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만약 이 기록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정은원은 76타수 31안타로 월간 타율 4할(0.408)을 넘겼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첫 월간 4할이면서 자신의 월 최다 안타 기록도 세우게 된다. 정은원은 2019년 6월 한달간 97타수 30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자신의 월간 최다 안타였다. 만약 정은원이 29일과 30일 경기서 무안타에 그치거나 우천으로 취소된다면 타이 기록에 머물게 된다.
이정후(키움)가 6월 타율 0.402, 홈런 8개로 워낙 잘나가서 그렇지 6월 KBO리그 MVP도 도전해볼 만한 추세였다. 10위 팀이라는 역프리미엄을 감안하면 0.408(안타를 유지했을 경우) 타율이면 수상도 노려볼 만했다.
정은원은 우투수(0.333)에 비해 좌투수(0.191)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좌투수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김대유를 공략해 좋은 타구를 날렸으나 심의위원회 매의 눈에 걸려 박탈되고 말았다.
사상 최초의 안타 번복 판정으로 말미암아 정은원은 첫 월간 타율 4할, 자신의 월간 최다안타, 월간 MVP 셋을 모두 잃을 처지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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