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바이도아 아스터와 딸 야스민 /사진=세이브더칠드런
[파이낸셜뉴스] 지난 4년 간 이어진 가뭄으로 동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식량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세이브더칠드런이 기근 확산을 막고 아동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긴급구호 대응을 결정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은 향후 3개월 간 소말리아의 긴급 대응을 위해 2200만 달러(한화 약 285억 원) 규모의 긴급 모금을 실시한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30만 달러(한화 약 3억 8000만 원)을 지원한다.
소말리아의 기아 사태가 예측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유엔에서 정한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PC)’에 따르면, 기근에 가까운 재난 상황에 놓인 인구가 지난 5월 3만 8000명에서 오는 9월 5배 이상 증가한 21만 3000명으로 예상된다.
150만 명의 아동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처했으며, 약 38만 6천 명에 달하는 아동들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생명에 치명적인 영양실조 위기에 직면했다. 유엔은 이 같은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 9400억 원) 규모의 소말리아 인도적 지원 기금 조성을 주문했으나 현재 30% 가량만이 확보된 상태로, 소말리아 현지에서의 긴급한 대응이 어려운 상태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9년부터 재난 대응 단계 중 둘째로 높은 카테고리2(CAT2)을 선포하고 소말리아 가뭄 및 식량 위기에 대응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추진해왔다. 지난 한 해 동안 아동 5만 명을 대상으로 아동의 심리적 응급처치 및 아동보호 사례 관리, 가족 추적 및 재결합 지원, 아동친화공간 운영 등 통합적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39만 여명의 기초 보건 서비스와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했으며, 48만 여명의 급성영양실조를 치료했다. 이와 더불어 식수 위생과 재난위험경감 활동, 식량 위기 대응을 위한 다목적 현금 지원을 진행해왔다.
세이브더칠드런 소말리아가 북서부 바이도아 지역에서 운영하는 의료 시설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이곳을 찾은 아동은 324명으로, 전년도 동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곳은 소말리아 내 최대 규모의 국내 실향민 수용 지역으로, 현재 아동 10명 중 1명이 영양 실조를 직면해 있다.
지난 5월에만 8명의 아동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하는 등 영양실조나 질병에 걸린 뒤 지나치게 늦게 병원을 찾은 탓에 의료 시설에서 사망하는 아동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 시설의 병상이 부족한 탓에 병원 밖 야외에 매트리스나 텐트를 설치하거나 회의실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소말리아에서 영양 실조에 걸린 아동이 급증한다는 것은 수천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기근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소말리아의 기아 사태는 전례 없는 요인들이 결합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지난 네 차례의 장마 기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맞이했으며, 국가 전역의 목초지, 농작물, 가축까지 모조리 황폐화 됐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말 10월에서 12월까지의 장마 기간에도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며 전례 없는 다섯 번 째 장마 실패를 경고하고 나섰다.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소말리아 사태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세했다. 소말리아는 밀 수입의 9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인해 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필수적인 생필품 구입이 어려워졌다. 많은 지역에서 식용유, 수수와 같은 주요 식재료의 가격이 두 배로 뛰었으며 경유 가격이 연초에 비해 42% 증가했다.
마지막 남은 생계 수단인 가축 역시 혹독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사망하면서 많은 가정이 기아 사태에 빠져들었다. 아기에게 멀건 차나 분유를 먹이는 상황이며, 그나마도 엄마들은 차 한 잔과 수수로 만든 음식으로 간신히 한 끼를 먹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 가장 어린 아동이 심한 영양실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시력 약화, 근육량 손실, 장기 부전과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