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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원유 수입 줄이고 중동산 대체... 오일쇼크 다시 터지면 ‘속수무책’ [러시아 리스크 확산]

올 수입물량 64% 중동서 들여와

러 원유 수입 줄이고 중동산 대체... 오일쇼크 다시 터지면 ‘속수무책’ [러시아 리스크 확산]
국내 정유사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졌다.

이는 그동안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로, 향후 중동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중동산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1~5월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2억7272만3000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63.8%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59.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5%p 증가한 셈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 지난 2017년 81.7%에 달했던 중동산 비중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59.8%를 기록했다. 정부가 국내 정유사에 비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에 대해 원유수입비용 중 일부를 환급해주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운영하며 수입처 다변화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크게 줄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크게 줄이지 않은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올해 5월 러시아 원유 수입량이 70만3000배럴로 전년동기(444만4000배럴) 대비 15.8%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 줄이면서 그 대안으로 중동산 원유를 선호하는 추세다. 중동산 원유는 품질이 우수한 데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운송비용이 타 지역 원유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 국가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올해 1~5월 원유 평균가격을 보면 중동산은 배럴당 99.14달러로 유럽(108.75달러), 아프리카(102.13달러)보다 저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시설들이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는 데다 중동산 원유가 유럽, 아프리카 원유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할 때 60%를 장기계약으로 들여오고 나머지 40%는 현물시장에서 조달하는데, 미국산 원유는 스폿성으로 들여오다 보니 가격변동성이 커 당장 싸다는 이유로 수입량을 확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산 원유는 지정학적 불안요소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1970년대 발발한 오일쇼크와 같이 중동산 원유 수입이 막히거나 가격이 상승하면 수급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아지긴 했어도 과거처럼 70~80%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오르면 현물시장에서 다른 원유를 구하려 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여유롭지 않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