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업체 볼드, 파산 위기
3주간 2600억 인출… 중단 조치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테라를 지원하기 위한 코인 루나의 붕괴로 촉발된 가상자산 시장의 폭락장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루나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플랫폼들이 잇따라 인출 중단 조치에 나서면서 '악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와 대형투자자 피터 틸이 후원하는 싱가포르 가상자산 대출플랫폼 볼드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볼드는 이날 가상자산 대량인출사태(뱅크런)를 막기 위해 인출을 잠정 중단하고 플랫폼 내 가상자산 거래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볼드는 올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3주간 고객들이 2억달러(약 2600억원) 가까이 인출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시세 하락에 기름을 부으면서 투자자들이 디파이 서비스에서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볼드는 가상자산을 맡긴 고객들에게 연 최대 40%에 이르는 수익률을 제공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볼드는 현재 구조조정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달 직원의 30%를 해고하고 임원 인센티브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디파이 업체들의 연쇄파산은 이미 가시화됐다. 인출중단 및 파산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곳만 해도 현재까지 셀시우스, 바벨파이낸스, 블록파이, 스리애로우즈캐피털(3AC), 보이저디지털 등이다.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인 셀시우스는 지난달 중순 인출중단 조치를 취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대출플랫폼 바벨파이낸스도 인출중단을 결정했다. 블록파이는 루나에 투자했던 3AC가 큰 손실을 보면서 3AC가 대출받은 자금이 청산당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루나 사태 후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3AC는 최근 영국 버진아일랜드 법원으로부터 파산 명령을 받았다. 3AC가 파산 위기에 빠지면서 보이저디지털도 지난 1일(현지시간) 모든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보이저디지털로부터 6억7000만달러(약 8700억원) 이상을 대출한 3AC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보이저디지털로도 피해가 확대된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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