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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초저금리 효과 누리자” 日 펀드·J-리츠에 '뭉칫돈'

“엔저·초저금리 효과 누리자” 日 펀드·J-리츠에 '뭉칫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은 홀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심산이다.

이에 증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이에 투자하는 펀드, 또 초저금리 수혜를 받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9개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3개월 평균 수익률(11일 기준)은 마이너스(-)0.92%로 집계됐다. 손실은 났으나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코스피지수가 12.64%, 13.10%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이다.

자금 유입세도 감지된다. 'TIGER 일본니케이225'는 국내 상장된 일본 투자 ETF 가운데 처음으로 순자산 1000억원을 넘어섰다. ETF를 제외한 국내 일본 관련 36개 공모펀드에도 최근 3개월 새 755억원이 유입됐다. 북미펀드(1조223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증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영향이 크다. 토픽스(TOPIX) 지수는 이달 들어 3.77% 상승하며 11일에는 1900선을 회복했다. 닛케이225지수 역시 같은 기간 3.38% 올라 2만7000선에 바짝 붙었다.

엔저가 주효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수출 기업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연결돼 실적에 호재로 인식된다. 특히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수출 중심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일본 증시에는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속 떨어지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올해 4월 초만 해도 120엔 초반이었으나 이달 11일에는 24년 만에 장중 137엔을 뚫었다. 금리를 높이는 연준과 달리 일본이 마이너스 정책금리(연 -0.1%)를 지키며 금리 차가 벌어진 결과다. 여기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필요에 따라 추가 금융완화 조처를 취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엔저에 힘을 실었다.

일본 리츠의 투자 매력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엔저로 높아진 가격 경쟁력과 여행 재개에 따른 호텔, 별장 등 부동산 매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상장된 리츠 ETF 중 유일한 일본 투자상품인 'KODEX TSE일본리츠(H)'가 3개월 수익률 -0.36%로 선두에 섰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유지한 일본 리츠가 올해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낮은 차입 금리와 엔저가 부동산 가격 부담을 경감하며 해외 자금을 끄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엔저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조업 부진으로 수출 물량 감소가 뚜렷한 상황에서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부각을 유도하는 게 일본 속내"라며 "경기 개선 측면,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회복 정책방향 등을 고려하면 당장 금리 인상이라는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이 변수다.
'돈을 뿌렸던' 이른바 '아베노믹스' 종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엔화가 강세 전환되며 지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 재정지출을 추구했던 아베파 영향이 약화될 경우 기시다 총리 재정건전화 정책이 부상하면서 완화 정책 유지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며 "이달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돼 엔화 평가 절상 압력도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