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부터 전기자동차까지 전자기기에는 크고 작은 반도체가 수없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후방산업인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PCB 자동화 제조설비를 공급하는 태성이 앞으로의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다. 태성은 지난달 말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학 태성 대표(사진)는 13일 "전기자동차에 반도체가 300개, 자율주행차에는 3000개가 들어간다"며 "해마다 30~40% 성장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PCB 제조에는 모두 19개 공정이 있는데, 태성은 18개 공정의 자동화 설비를 공급한다.
증시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동도금 과정에 투자, PCB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신사업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도 보강하고 있다"며 "비상장사로서 핵심인재 영입에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이제는 더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20만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내놓기도 했다.
태성은 4년 전에도 상장을 검토했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심해지면서 일정을 미룬 바 있다. 이번에는 신영스팩5호와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더 빠르고 안전하게 기업공개(IPO)를 하고자 스팩 상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중국 리스크가 생기진 않을까. 김 대표는 "중국 상하이 인근에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국 공장에서는 하이엔드 설비가 아니라 일반 설비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물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성은 외국에 의존하던 PCB 제조 설비를 국산화한 대표적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대표는 PCB 제조설비를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하던 지난 2000년 태성을 설립,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점유율 90%를 달성했고, 해외에도 진출해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70%에 이른다. "국내 업계에서 유럽에 설비를 납품하는 것은 태성이 유일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비결은 품질"이라며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은 수율이 50~60%에 불과하나 태성은 95~96%"라며 "삼성과 LG 등 대기업과 사업을 해오면서 시스템적 정밀성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강조했다.
상장에 성공했지만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PCB 전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설비를 올해 안에 개발하고, 디스플레이 부품을 자동으로 제조할 수 있는 설비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품질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OLED 등 자동화 설비의 틈새시장을 찾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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