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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늙음을 거룩하게 하는 생활강령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Weekend 헬스
하자, 할 수 있는 것부터 망설이지 말고 실천
주자, 살면서 축적한 경험도 나눔의 자원
배우자, 기억력보다 오래가는 몸으로 익히기

(2) 늙음을 거룩하게 하는 생활강령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인간의 수명이 연장돼 오래 살게 되는 현상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트렌드다. 장수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이슈는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생의 최종순간까지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누구나 염원하는 바는 아픈 상태의 심신으로 자신과 주변을 괴롭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다가 죽는 것이다. 이것이 거룩하게 늙는 첫 단추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금기(禁忌)를 만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유대교의 십계명이 있다.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우상을 섬기지 말라.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안식일을 거룩이 지키라.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바로 'Do Not(하지 말라)'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시스템상에서 안전을 추구하고 과오 방지를 위해 집단에 적용하는 극히 방어적 방편이다. 반면 격변하는 세상에서 개개인의 장수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극적 접근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시대에 부응한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Do Not' 의 계명(誡命)이 아니라 'Do(하라)'의 능동적인 강령(綱領)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사람답게 살면서 당당한 모습을 추구함을 웰에이징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고령인의 삶의 목표이자 자세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생활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건강장수 행동강령의 기본원칙인 강령은 매우 단순하다. 바로 '하자, 주자, 배우자'라는 세 가지 강령이다.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은 행동의 제약을 크게 받게 된다. 우선적으로 사회적인 제약이다. 나이에 따른 제한, 정년퇴직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연령한계 제도가 활동범주 행동패턴을 크게 제한한다. 그러나 더 큰 제약은 자신 스스로에 의한 굴레다. "나이가 들었는데…" "무슨 이 나이에…"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낫지" 등등의 자기폄하적 사고에 의한 망설임과 주저함 그리고 자기포기적인 사고가 팽배해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 흔하다. 강령은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첫째 '하자(Do It, 行之)'라는 원칙이다.

망설이지 말고 하자. 그러나 '하자'라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방안도 설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고 싶은(Will Do)' 것을 찾아서 젊었을 때 바빠서 못해본 것을 여유를 가지고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과도한 욕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자신의 능력과 여건을 고려해 '할 수 있는(Can Do)' 일을 하는 것이다. 나이듦이 젊음과의 차이점은 완충력의 차이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버티는 대응력(resilience)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절대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확대 발전해가는 끈끈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어떤 일을 하든지 '함께 하는(Let's Do)'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빨리 피곤해지고 의욕이 쉬이 줄어들어 여러 핑계가 자연스레 발생하기 마련이다. 친구와 또는 이웃과 가족과 누구든지 함께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그만두고 싶더라도 한번 더 망설이고 다시 하게 되므로 무슨 일이든지 함께하면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주자(Give It, 與之)' 원칙이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복지 문제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노인봉양과 장유유서가 사회관습의 근간을 이루었기에 노인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매우 컸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기존의 효도 시스템이 붕괴되고 노인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고 복지 수혜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문제의 존재로 전락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노인은 '받는 자' 이미지에서 '주는 자' 이미지로 전환돼야만 한다. 나이가 들어 돈도 없고 몸도 신통치 않아 줄 것이 없다라고 자조할 수도 있지만 주려고 마음먹으면 줄 것은 많다. 더욱이나 오래 살아온 만큼 누적되어 쌓여진 경험과 살림살이가 많기 때문에 나누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자'의 원칙은 바로 나눔이다. 인간은 받을 때보다 줄 수 있고 나눌 수 있을 때 훨씬 더 큰 마음의 행복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셋째 '배우자(Prepare It, 習之)' 원칙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을 망설인다. 배워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목적상의 갈등도 있지만, 동기부여도 없고, 세상사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편하게 관광이나 다니면서 즐기다 그냥 죽기에는 남은 세월이 너무도 길다. 은퇴 후 또 다른 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 시절의 교육은 오로지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은퇴 후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더욱 나이가 들면 머리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배우는 일에 더 열중해야 한다. 머리는 기억력이 있지만 몸은 기억력이 없기 때문에 몸을 더욱 열심히 움직여서 배워야 한다.
새로 배우지 않는다면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함께 할 일도 없어지며,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일도 없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새로운 것을 열심히 배워서 내것으로 체화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하자, 주자, 배우자'의 자세로 나이듦을 맞게 되면 늙음이 거룩한 노정이 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