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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투명성 제고" 호평 받았지만... "기업 부담 가중" 불만의 목소리도 [시행 4년 신외감법]

(1) 성과와 과제
韓 회계 투명성 63위→37위 상승
'외국인 유입 효과' 연구로 입증
인력·자본 부족한 기업들 대상
"일괄 적용 무리수" 주장도 나와
전문가 "제도유예가 해답 아냐... 기업 인식제고 등 정부 나설 때"

"회계 투명성 제고" 호평 받았지만... "기업 부담 가중" 불만의 목소리도 [시행 4년 신외감법]

올해로 신(新) 외부감사법(신외감법) 도입 4주년을 맞았다. 외부 감사보수가 오르고 감사품질이 개선된 점은 신외감법 도입 후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표준감사시간에 대한 회계업계 동일한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외감법으로 한국의 회계 투명성이 개선됐다는 대내외 평가가 나오지만 풀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기업들로선 회계감사 비용이 재무에 부담을 주고 있어, 제도 유예가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또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회계업계 "의미 있는 변화"

1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2015년)을 계기로 탄생한 신외감법(2018년 11월 시행)에는 감사인 독립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 의무화 등이 핵심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은 기업과 회계사간 '갑을 관계'를 해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태 회계법인은 기업으로부터 '감사 수주'를 받는 처지인 탓에 '을'의 위치에 있었다. 다음 수주도 따내야 해 '낮은 감사 보수'를 제시하는 게 관행이었다. 자연히 감사품질은 낮아졌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사나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9년 단위로 6년은 감사인을 자유롭게 지정하고 3년은 정부 지정을 받아 감사인과 계약하도록 했다. 소위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감사부문 관계자는 "제도 도입 전 기업들은 '가격'만을 따져 감사인을 구했다"라며 "싼 감사보수는 결국 감사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낮은 비용을 지불하면 저연차 감사인이 배정되고, 이는 감사 실패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감사실패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 주 원인으로 지목돼 자본시장 리스크로 부상하기도 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상장사 평균 시간당 감사보수는 9만7206원이었으나 2014년부터 7만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회계개혁 법안 도입으로 해당 비용은 10만~11만원까지 올라왔다.

감사보수 상향에 따른 회계 투명성 제고는 외국인 투자금 유치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김우진·백복현 서울대 교수는 최근 회계제도 개혁의 자본시장 영향 분석에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으로 품질 개선뿐 아니라 기업 부채비용 감소, 투자자 유동성 증가, 외인보유 비율 증가 등 인증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역시 감사품질 개선에 이바지했단 평가를 받는다. 충분한 감사시간을 보장해 부실 감사를 줄이는 등 기업 회계 품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감사시간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고 품질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내부통제 강화 토대가 됐다는 게 업계 및 학계 판단이다. 내부회계관리는 기업이 회계정보 생산 신뢰성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하는 관리 시스템이다. 상장사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감사인 점검 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높여 사전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게 요지다.

적용 대상은 기존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 상장기업에서 내년부터 전 상장사로 확대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내부회계관리 부문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야 한다.

김범준 카톨릭대 교수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기업의 불법적인 횡령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제도가 횡령을 100% 막을 수 없더라도 적발 확률을 꾸준히 높여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부담 커" vs "인식 바꿔야"

신외감법 시행 이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한국의 회계 투명성 순위가 2017년 63위(63개국 평가)에서 2021년 37위(64개국 평가)로 뛰었다. 다만 올해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연달아 터진 횡령 사태로 2022년 순위는 53위로 밀려났다.

기업들은 절대적 감사시간과 비용 모두 늘어났다고 호소한다. 특히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기업 감사비용 증가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용만 늘어났을 뿐, 품질 향상엔 의문을 품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는 '방만 경영이 드러나면 감사인에게도 책임을 묻는 리스크가 있어 보수 상향은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의견 차이를 보인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역시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적용하기엔 무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기업 감사는 "현재 개별 내부회계관리제도만으로 효과가 있다"면서 "기업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비용을 감수하면서 일정 규모 상장 법인에 대해서 연결기준으로 확대하는 조치에 의문이 있다"고 꼬집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범준 교수는 "중소 상장사들 여력이 작은 건 사실이지만 신외감법 유예가 답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에서 횡령 사고가 잦은 점을 언급하며 "자산규모가 1000억원이어도 시총은 그 수배인 기업이 많다"며 "소액주주들이 많은 기업일수록 내부통제는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할도 강조됐다. 기업, 회계법인과 함께 신외감법 정착을 위해 애써야 한다는 요구다.

김 교수는 "중소 상장사 인프라 재건을 위해 정부 지원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또 중기청, 금융위, 여러 교육기관이 머리를 맞대 이들 대상 재교육을 진행하는 방안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