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수사 멜로극입니다. 독특한 구조와 설정, 예상 밖의 내용 전개 등으로 진부할 수 있는 담당 형사와 범죄자 사이의 사랑에 묘한 긴장감과 여운을 선사합니다.작품 속에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은 살인한 것으로 확신이 서는 서래(탕웨이 분)를 수사하지 않고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폰까지 버리라고 합니다. 이와같이 공무원인 형사가 범죄자로 드러난 사람을 더 이상 수사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은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을까요?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함으로서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직무유기죄는 구체적인 직무수행 의무가 있는 공무원만이 범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공무원이 휴가 중이거나 병가 중이면 직무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직무수행 거부는 본래의 직무 또는 고유한 직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이를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직무는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특별한 지시, 명령에 의한 것을 말합니다.
직무유기란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또는 포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태만, 착각 등 일신상 또는 객관적 사정으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직무유지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예를 들어, 경찰관이 벌금미납자로 지명 수배되어 있던 사람을 세 차례 만나고도 검거하여 검찰청에 신병을 인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죄가 성립합니다. 검사의 지휘를 받아 형집행장을 집행하는 경우, 벌금미납자 검거는 경찰관의 직무범위에 속하기 때문입니다.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있으면 법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 공무원은 직무유기죄로 처벌되지는 않더라도 다른 범죄가 성립하거나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경찰공무원이 직무집행의사로 위법사실을 조사하여 피의자를 훈방하는 등의 형태로 직무집행을 하였다면, 형사 피의사건으로 입건하여 수사하지 않은 부실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직무유기죄는 다른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때 성립되는 보충성 때문에 다른 범죄가 성립되면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공무원이 위법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면 허위공문서작성죄만 성립하고, 경찰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하면서 범인을 도피하게 하면 범인도피죄만 성립한다.영화 속에서, 담당 형사 해준은 서래가 남편을 살해한 범죄자라는 것을 휴대폰을 통해서 확인합니다. 그렇지만 담당 형사 해준은 서래를 형사 피의사건으로 입건 수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의 물증인 휴대폰까지 바다에 버리라고 하면서 수사를 종결합니다.
이는 공무원인 형사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피의자를 형사 피의사건으로 입건하지 않은 것으로서 형사의 구체적 직무인 수사를 정당한 이유없이 방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또한, 담당 형사가 살인 사건을 자살 또는 사고사로 종결하면서 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숨긴 것으로서 범인은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인 형사가 직무를 유기하면서 범죄자를 은닉하면 범인은닉죄만 성립합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헤어질 결심'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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