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2020년 2월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후퇴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증시 유동성이 빠르게 고갈되는 모양새다.
■거래대금, 코로나 이전으로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평균 7조189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이후(6조5292억원) 이후 최저치다. 증시 거래량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올해 3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고 5월에는 10조원대가 붕괴됐다. 7월의 일일 거래대금은 동학개미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난해 1월 평균(26조4778억원)의 27.1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15조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날짜별로 보면 거래 가뭄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이달 13일 코스피의 일일 거래대금은 5조99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첫 5조원대 거래이자 2020년 2월 17일(5조6392억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였다. 코스피가 치솟던 지난해 1월 11일의 거래대금은 44조4338억원으로 이날과 비교하면 8분의 1에 불과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00bp(1bp=0.01%) 금리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불안한 매크로(거시) 환경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나타났다"며 "특히 지난주 코스피 거래량은 연초 이후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개인을 가릴 것 없이 모든 거래 주체가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개인투자자의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8일 54조4317억원이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직전인 2020년 11월 9일(54조4100억원)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해 7월 8일(69조4419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5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금인 외국인 시가총액도 지난 12일 562조322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9월 28일(562조5733억원)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모멘텀 기대도 쉽지 않아"
하락장이 이어지며 시가총액도 2020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달 6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804조2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 26일(1803조1034억원) 이후 최저치로, 고점인 2021년 8월 10일(2339조2065억원)과 비교하면 77.1% 수준이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0일 478조7765억원에서 이날 369조5295억원으로 109조원이 증발했다. 지난해 코스피 시총 3위였던 네이버(NAVER)는 같은 기간 73조3436억원에서 40조4380억원으로 시가총액이 30조원 넘게 사라졌고, 순위도 6위로 밀렸다. 같은 성장주인 카카오도 65조1134억원에서 32조392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시총 순위는 4위에서 11위로 밀렸다.
올해 들어 시총 ‘1조 클럽’ 5곳 중 1곳도 사라졌다. 지난해 말 288곳이었던 시총 1조원 이상 상장사는 지난 15일 기준 232곳으로 56곳이 감소했다. 시총 1조 클럽에서 제외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관광개발 등이다.
문제는 전문가들도 증시 후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연준의 금리인상이 속도 조절이 들어가는 신호가 더욱 명확히 나타나야 달러는 고개를 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도 해당 시점이 될 공산이 크다"면서 "시장의 방향성은 이를 향하는 것 같으나 도달시기는 예단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에 대응할 정책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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