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청주공장 증설 최종 보류 "불확실성 대응"
최태원 "투자 지연될 수 있지만 철회는 없어"
착공식 연기된 용인 클러스터 "투자속도 조절 아니야, 계획대로"
SK하이닉스 청주공장 M15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공장의 증설(M17)을 보류키로 했다. 재고가 쌓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원자재값은 급등해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칩 가격 급락하는데 건설비용은 급증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연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고 결국 최종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인 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생산시설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계획대로라면 M17은 내년 5월 착공해 2년 뒤인 2025년 준공, 가동될 예정이었다.
이같은 투자 보류는 최근 불확실성이 감내하지 못 할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최근 높아지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한 글로벌 D램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정보기술(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3·4분기 D램 가격 하락폭 전망을 기존 3~8%에서 5~1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원화 약세로 원자재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투자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증설 계획 보류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투자 계획에 대해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면서 "지난해 세웠던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투자가 밀려서 지연될 수는 있으나 안 할 계획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경기도 제공
용인도 연기? "청주와 다릅니다"
아울러 국내 최초 반도체 산업단지인 경기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투자 연기 가능성에 대해선 회사는 "계획 변경은 없다"고 일축했다. 용인 클러스터는 내년부터 터 닦기에 들어가 2025년께 착공을 하고 2027년께 첫번째 공장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지난 14일 예정됐던 착공식이 연기돼 시장의 의심은 깊어졌다. 현재 70% 가량 진행된 토지보상 문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상황이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는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투자 속도 조절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계획을 조율하는 분위기다.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는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증가와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투자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낮췄다.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향후 수개 분기에 걸쳐 공급 증가를 조절하기 위해 조처하고 있다"며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