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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품질 향상" vs "과도한 부담"… 회계업계·기업 시각차 [시행 4년 신외감법]

(3) 전문가 대담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
경영진 눈치 안보고 감사 수행… 주기적 지정제 덕분 독립성 확보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부회장
미숙련 회계사 현장투입 빈번… 감사 품질은 되레 떨어진 셈
오기원 삼일회계 감사부문 대표
독립성과 전문성은 필요충분조건… 시행착오 있었지만 결국 제도 안착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자산 1000억 미만 기업 면제 등… 표준감사제 적용 업종 세분화를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횡령 등 내부통제 실패 막으려면 기업의 업무분장 인식 전환 시급

"감사품질 향상" vs "과도한 부담"… 회계업계·기업 시각차 [시행 4년 신외감법]
과거 저축은행,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부터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 상장사.금융사 횡령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부통제 실패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회계투명성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그 결과 신(新)외부감사법(신외감법)이 도입됐다. 신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올해로 도입 4년을 맞았지만 이를 둘러싼 기업과 회계업계 간에는 여전히 온도차가 극명하다. 감사품질과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는 주장과 기업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안긴단 지적이 팽팽히 맞선다.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오기원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가나다라 순)에게 신외감법 현황과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나아갈 길을 물었다.

■품질개선 "확연" vs "의구심"

회계업계는 신외감법 도입으로 감사인 독립성과 그에 따른 감사품질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반대로 재계는 신외감법 도입이 감사품질 높이기는 커녕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은 "(신외감법 도입 전) 감사인 선임 단계에서 감사인이 감사계약 수임을 위해 경영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 독립적 감사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이 감사기준에 따른 철저한 감사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 충분치 못한 감사인력 및 시간 투입에 따른 부실감사가 문제가 되곤 했다"면서 "분식회계나 부실감사 발생시 그 피해는 소액주주를 포함한 다향한 이해관계자 몫이 됐으나 표준감사시간 설정으로 회계투명성 및 감사품질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오기원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는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외부감사 소명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신외감법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마찰이 불가피했으나 외부감사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착하고 있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감사인의 독립성은 확연히 체감될 정도"라고 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이와 정반대되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주기적 지정제와 함께 표준감사시간의 도입으로 평균 감사시간이 대폭 증가했다"면서 "신외감법 도입 이후 감사인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감사품질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정 부회장은 "잦은 감사인 변경과 미숙련 회계사의 무리한 현장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가 속한 산업의 개황 및 특성 등 기본적 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강왕락 코스닥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감사품질은 수치화, 정량화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 기업, 감독당국과 최종 이용자인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장참여자가 함께 노력해야 개선할 수 있다"면서 "단순히 감사시간 증가와 감사인 무조건 지정 방식으로는 기업 부담만 키울 뿐 감사품질 개선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외감법은 감사인 독립성 제고가 가장 큰 개선점이다. 특히 주기적 지정제 시행, 직권 지정 확대로 저가수임 등 비정상적 경쟁이 사라졌다"며 "신외감법이 회계투명성 개선을 위한 제반 환경이 됐다"고 짚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 가격 경쟁을 제한한 측면이 있어 품질 경쟁으로 가야 하는데 감사시장의 구조상 이를 독려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가성비도 품질을 판단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며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면 소비자는 품질이 좋다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비용에 대한 고민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보수 "여전히 낮아" vs "기업에 부담"

감사보수를 놓고도 양측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기적 지정제와 함께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평균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했다"며 "상장사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신외감법 도입 이후 상장회사 평균 감사시간은 연평균 8.62%, 평균 시간당 감사보수는 4.87% 늘었다. 회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해마다 13.91%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품질과 무관하게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과도한 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했다.

회계업계는 감사보수 증가는 품질 확보를 위해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투입시간 증가와 높아진 감사위험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신외감법 하에서 분식회계 또는 중대 회계오류 발생시 과징금이 커진 데다 부실 감사시 5년 이상 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명시적인 과징금 및 처벌규정 이외에 집단소송 등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인 책임이 감사보고서 제출 후 3년에서 8년으로 확대됐고, 회계법인 대표이사와 품질관리담당이사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국제회계사연맹(IFAC)이 발표한 매출액 대비 감사보수 현황 통계(2013~2020년)에 따르면 미국 0.38%, 캐나다 0.29%, 유럽 0.13%에 달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주기적 지정제 시행 첫 해를 보면 협상력이 낮은 중소회사를 중심으로 시간당감사보수 상승이 큰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정감사보수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이듬해부터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며 "과도한 인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해당사자 간에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외감법의 개선 방향은

감사품질 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입장이 다르지 않다. 회계업계는 감사기법 개선, 감사절차 개발을, 기업은 업종 세분화, 기업자산 규모에 따른 (신외감법) 차등 적용을 제안했다.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일몰제 주장도 나왔다.

오 대표는 "감사인의 독립성이 신외감법 도입으로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반면, 전문성이나 감사품질 향상은 더디다"며 "기업의 발전 속도(글로벌화 및 디지털화)에 비해 감사기법의 발전속도가 느린 점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회계법인 자체적으로 감사품질 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근래 변화된 IT 환경 및 복잡·다양해진 거래를 반영한 감사 절차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정부 발표대로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에 따라 감사인 지정시 차등 배정하는 방안도 감사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했단 의미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 본부장은 "회계법인 내부적으로도 지속적 교육으로 역량 있는 감사전문가를 양성하고 개인 성과 평가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감사품질을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강 부회장은 "신외감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표준감사시간 제도를 적용하면 업종을 단 6개로 구분하게 된다.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코스닥기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만 해도 한국표준산업분류 중분류 기준 22개 세부업종으로 나뉜다"면서 "합리적 업종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규모를 고려해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 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면제 아이디어도 나왔다. 일몰제로 운영해 궁극적으로 폐지로 가야 한다는 강한 의견도 있다.

■꼬리 무는 횡령 막으려면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횡령 기업 주가패턴을 보면 횡령일 전후로 평균 7%의 하락세를 보였다. 횡령액이 자산규모 10%를 넘는 대규모 횡령시에는 16% 주저앉았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단기에 회복이 안 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내부통제 실패가 중대한 꼬리위험(tail risk)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자금 관리 시스템 등 전산 인프라 투자에 인색해선 안 된다"면서 "적절한 업무분장조차 쉽지 않은 소규모 상장사에까지 적용하긴 어렵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일회용 비밀번호(OTP) 관리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회사 내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기업지배 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형식적으로 자리를 지키기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나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충분한 지원 조직과 시간을 투입해 관리 감독 역할을 한다면 횡령과 부정회계 등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업무 분장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언론에 빈번하게 소개된 횡령 사건은 대체로 불충분한 업무 분장, 특히 자산을 보관하는 사람과 회계를 기록하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 분장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선뜻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생산시설 투자가 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하듯 업무 분장은 관리 측면에서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횡령은 개인 혹은 일부 집단이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범죄행위로, 특정인의 일탈행위를 기업과 감사인 모두 완벽하게 차단하고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횡령에 대해서는 관련법에서 일벌백계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벌로 인한 고통이 횡령으로부터 얻는 효용을 크게 웃돈다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선량한 기업이 불필요한 규제의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건전한 일상적 내부통제 기능을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회장 역시 "횡령 사건은 제도적 결함이 아닌, 개인의 일탈과 특정 기업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회계감사기준 등에 따른 절차는 합리적이나 이를 준수했음에도 발생하는 부정은 내부통제제도의 고유 한계"라고 짚었다. 그는 "횡령 예방을 위한 제도 적용의 실효성 및 비용, 효익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야 하며, 제도적 보완점은 충분히 강화됐기 때문에 시행 중인 대책을 실효성 있게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