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단 초격차는 했습니다만..."
반도체 맛집은 TSMC, 대어들은 이미 웨이팅
'우리가 기술이 없나, 고객이 없지'
25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관계자들이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신공정으로 3나노 파운드리(위탁생산) 제품을 출하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그동안 업계 1위 대만 TSMC가 구축한 '신뢰의 성'이 워낙 공고한 탓에 삼성이 글로벌 칩 고객사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 "일단 초격차는 했습니다만..."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승자 독식 구조를 가진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은 사업의 밑천이다. 삼성 반도체의 마케팅 포인트인 '초격차'(기술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전략)가 나온 것도, 3나노 GAA 세계 최초 양산을 서두른 것도 "기술 만큼은 우리가 앞서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칩 양산에 성공한 반면, TSMC는 올해 3나노까지는 기존의 핀펫(FinFET) 공정을 유지하고 2024년 2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GAA는 핀펫보다 소비 전력과 성능 면에서 대폭 앞선 최첨단 공정이다.
전날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장(사장)은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혁신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맛집은 TSMC, 대어들은 이미 웨이팅
공정 로드맵으로만 보면 삼성전자는 TSMC에 2년이나 앞선 모양새다. 그럼 앞으로 삼성전자가 TSMC를 누르고 시장을 독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까. 아쉽게도 이런 장밋빛 전망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TSMC에 기술로 완전히 앞섰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은 신무기인 GAA로 최선단인 3나노 칩을 먼저 만들어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기길 기대했으나 TSMC는 생채기도 없다는 분위기다.
이는 아직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 파운드리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에 대한 의심이 제거되지 않아서다. 이에 비해 TSMC는 3나노는 핀펫일지라도 기술 성숙도가 높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지금으로선 고객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삼성의 3나노 GAA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비메모리 고객사는 무리한 신공정 도입보다 안정적인 공정을 선호한다. 비메모리는 메모리와 달리 범용성이 낮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주문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기술이 없나, 고객이 없지'
실제 삼성이 확보한 3나노 GAA 고객은 중국 가상화폐 관련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로 물량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SMC는 핀펫 기반의 다양한 3나노 로드맵을 공개하고 애플, 인텔, 퀄컴, AMD 같은 대형 고객사를 싹쓸이했다. TSMC가 메이저 고객사 확보로 기술 안정성이 담보되면서 대형 수주가 연이어 터지는 승자 독식 구조를 완성하면서 삼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들은 신규 GAA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자세"라며 "전세계 최초 양산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삼성전자의 실적 기여에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삼성 파운드리는 극자외선(EUV) 공정 선도입에도 TSMC와 기술 격차가 확대된 선례가 있다"면서 "1세대 GAA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레퍼런스(참고)로 2024년 2나노 공정 이후 신규 고객사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TSMC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53.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16.3%로 2위에 그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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