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에이프릴바이오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상장기념패 전달 후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왼쪽부터)과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이사,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라성채 한국IR협의회 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내는 가운데 오히려 몸값을 낮춰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펀더멘탈이 좋은 기업들이 공모가가 저렴해지면서 ‘반값 상장’으로 해석돼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에이프릴바이오는 시초가(1만9500원) 대비 2100원(10.77%) 오른 2만1600원에 거래됐다. 시초가는 공모가 1만6000원보다 21.9% 높은 1만9500원에 형성됐다.
에이프릴바이오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14.43대 1를 기록했으며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는 경쟁률이 4.76 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에이프릴바이오는 상장 후 장 초반 29.74%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앞서 공모 예정가는 2만~2만3000원이었으나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공모가를 1만6000원으로 대폭 낮추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지난 21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루닛도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루닛 역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7.1대 1의 경쟁률로 저조한 결과를 냈다. 하지만 루닛도 공모가가 희망밴드(4만4000~4만9000원) 하단보다 32% 낮은 3만원으로 결정되자 개인투자자들이 몰렸다.
당일 공모주를 받은 기관,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6604억원, 4530억원어치 물량을 팔아치운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1조573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반값 상장’은 IPO 시장 위축으로 기업들이 공모가와 유통가능물량을 축소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코스피 기업이나 당장 상장이 급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상장 일정을 미룰 수 있지만, 투자가 급한 기업일 경우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값 상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청담글로벌도 수요예측 흥행에 참패했지만 상장 후 주가가 상승했다. 당시 수요예측 경쟁률은 25대 1에 그쳤고, 공모가는 희망밴드(8400~9600원) 하단보다 30% 낮은 6000원에 결정됐다. 청담글로벌은 공모가 인하뿐 아니라 주식수도 줄였다. 회사 측은 구주 매출, 신주 발행을 줄여 상장 당일 유통가능물량 비중을 41.35%에서 24.93%까지 줄였다. 이에 상장 후 6거래일 만에 공모가 기준 175% 뛰기도 했다.
보로노이 역시 수요예측 흥행 실패 후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고, 공모가를 낮춰 지난달 2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4만~4만6000원) 하단인 4만원으로 확정해 상장을 진행했다.
상장 첫날 장중 최저 2만9100원까지 떨어져 공모가 대비 27%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단기간에 공모가 수준을 회복했고, 지난 11일에는 장중 5만26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오히려 IPO 흥행에 성공한 성일하이텍은 이날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실패했다. 성일하이텍은 이달 11~12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226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기관 수요예측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청약에서도 증거금을 20조원 넘게 끌어모으며 흥행몰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시초가 8만8200원 대비 1만1700원(11.71%) 하락한 8만820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반값 상장’에 한동안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단순히 공모가를 낮춰 상장해 주가가 저렴한 효과를 누린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더멘탈이 좋은 기업이지만 최근 증시 환경 때문에 일시적으로 투심이 약화된 상태에서 공모가를 낮춰서 상장한 곳은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기업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아 수요예측에 실패했는데 단순히 주가가 저렴하다고 주가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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