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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2분기 돈 쓸어담았지만 하반기 실적은 불안 [정유업계 '횡재세' 속앓이]

고유가에 조단위 영업이익
유가하락 전환땐 재고평가손실
정제마진도 연중 최저로 급락
정유사들 이미 손실구간 진입

정유사들, 2분기 돈 쓸어담았지만 하반기 실적은 불안 [정유업계 '횡재세' 속앓이]
휘발유 가격 4주새 228원 하락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4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7월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셋째 주(24∼28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75.4원 내린 L당 1937.7원으로 집계됐다. 7월 31일 서울 시내 주유소 연합뉴스
정유사들, 2분기 돈 쓸어담았지만 하반기 실적은 불안 [정유업계 '횡재세' 속앓이]
2·4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논란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향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함께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횡재세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수익지표라 할 수 있는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7월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분기 연속 최대 매출과 흑자를 냈다. 에쓰오일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 1조72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도 2조3292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조37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 4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정유사들이 세계적 에너지대란 속에서 비정상적인 이익을 낸 만큼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다. 민주노총도 최근 서울 강남구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횡재세 도입 여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향후 유가 하락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 중 상당수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유가 하락 시 재고손실로 다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는 것이다.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보전 등 정부 지원이 없었는데 일시적 고수익에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7월 21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71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의미한다. 보통 4∼5달러를 이익 마지노선으로 보기 때문에 정유사들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사우디 아람코가 원유를 판매할 때 국제원유 가격에 붙이는 프리미엄인 OSP(Official Selling Price)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인도분 아랍경질유(ARL) OSP는 9.3달러로 6월(4.4달러), 7월(6.5달러)보다 높아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나 휘발유 수요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정제마진은 이미 연중 최저치를 찍고 정유사들은 손실구간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정유사들이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으로 손실을 메워야 할 정도로 시장이 불안정한 데다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는 횡재세 도입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