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댄스 이론서로 아마존 1위
오주연 美 샌디에이고大 교수
"오랜 연습으로 탄생한 칼군무
댄스 챌린지 유발하는 난이도가
전세계 Z세대 사로잡은 비결
이런 열풍 학문적으로 정립해야
5~10년 뒤에도 계속될수 있어"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안무를 추는 BTS. 오주연 교수는 K-팝 댄스의 성공 비결로 '칼군무'와 '어려워 보이지만 따라할 수 있는 중독성'을 꼽았다.
"마이클잭슨, 비욘세, 마돈나, 그룹 방탄소년단(BTS) 같은 아티스트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제도적인 지원과 뒷받침이 된다고 해도 반드시 더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BTS를 필두로 K-팝 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제2, 제3의 BTS 혹은 또 다른 예술가의 출연을 위해 K-팝 댄스 열풍을 이론적으로 분석해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댄스이론 교수 사진=오주연 교수 제공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사진)는 최근 'K-팝 댄스: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루트리지 2022)'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북미 지역에서 최초로 출판된 'K-팝 댄스' 이론서다. 매일 수천, 수만권의 책이 쏟아지는 아마존에서 출판 후 일주일 동안 커뮤니케이션 분야 신간 1위에 올랐고, 대중 춤 분야에서는 출간 후 현재(8월 1일)까지 30일 넘게 신간 1위를 지키고 있다.
오 교수는 "책에서 K-팝 댄스 팬덤을 중요하게 다루는데 커버 댄스를 따라하는 틱톡 챌린지 등이 원고를 마감한 1년 전과 비교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이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예술 현상은 학문적으로 정립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5년이나 10년이 지난 뒤 교육적, 제도적으로 계승하고 지원하려 해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출판 이유를 밝혔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 선화예중, 선화예고에서 발레를 전공하며 영재코스를 밟았다.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인 강수진, 강예나, 서희 등과 동문이다. 하지만 무용수로서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고, 무용이론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화여대에서 무용이론을 공부했다. 이후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을 거쳐 현재는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한국인 여성 최초로 무용 이론과 종신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오 교수는 "북미의 경우 전통있는 발레, 현대무용의 경우 주류는 대부분 백인"이라며 "하지만 최근들어 힙합 시간 강좌가 열리기도 하고 K-팝 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K-팝 댄스의 발전 과정 △K-팝 댄스 팬덤에 관한 내용으로 나뉜다. 1980년대는 박남정·김완선·소방차 등이 활동하던 시대로 당시에는 이른바 '춤꾼'들은 방송국 무용단에 가서 백댄서로 활동하다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 등 1세대 아이돌, 2000년대에는 보아, 비 등이 출연한다. 2010년도 소녀시대, 빅뱅, 슈퍼주니어 등 초대형 아이돌 그룹을 거쳐 BTS가 출연한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팬덤' 문화가 본격적인 K-팝 댄스 흥행을 불러온다.
오 교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아시아인 등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곤 했다"며 "그때 당시 BTS팬인 아미들이 트럼프가 연설하는 지역의 좌석을 미리 예약하고 일부러 나타나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뉴욕타임즈는 K-팝의 흥행에 대해 미국 주류 문화에 도전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음반 시장의 경우 대형 음반사가 잦은 라디오 노출을 통해 스타를 '만드는' 구조지만, BTS의 경우 자생적으로 생겨난 팬덤이 새로운 장르와 스타를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다.
오 교수는 K-팝 댄스의 성공 비결로 △오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칼군무(전문적인 동작)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 △댄스 챌린지를 유발하는 적절한 난이도의 동작 등을 꼽았다.
K-팝 댄스는 굉장히 빠르고 어려워 보이지만 여러번 보고 따라하면 따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는 것이다.
BTS의 춤도 단순한 팝 댄스가 아닌 무용적인 움직임이 많다. 오 교수는 "BTS의 '블랙스완'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는 유럽 현대무용단이 춤을 추고, 발레와 현대무용을 차용했다"며 "'ON'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북을 치며 웅장한 느낌을 주는데 원래 춤은 여성만이 아닌 남성 전사들도 연습하던 것이었다"고 책의 한 챕터를 설명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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