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반도체법 통과 이어
中기업에 장비수출 제한 검토
우리정부, 美와 공조 택했지만
中 공장 둔 삼성·SK는 '눈치보기'
미국이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 수위를 연이어 높이면서 중국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줄타기 경영'이 우려되고 있다. 당정이 미국과 전략적 동행을 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겉으로는 "지켜보자"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도 저도 못하는 좌불안석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자 생산거점이다.
2일 로이터통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를 포함해 중국에서 메모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초안 단계지만 미국이 중국의 군사기기에 들어가는 칩이 아닌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타깃으로 하는 첫 수출규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미국 상무부는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에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기존 10나노에서 강화된 수준으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가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수출 제한조치가 확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굴기' 억제 의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의회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총 520억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육성법'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견제조항을 명시했다.
G2(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당정은 미국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 이슈에도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현실화하면 중국 내 공장이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성 둔화, 인건비 급등, 강압적인 정책 등으로 요즘 우리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생산거점이자 주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 생산라인과 쑤저우 테스트·패키징 공장이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생산라인, 충칭 후공정 공장, 다롄 낸드 생산라인 등을 운용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SK 등 우리 기업들은 수십조~수백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중국 눈치가 보일 것"이라며 "미국에 호응하면서도 중국의 보복제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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