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DB]
동성으로만 이사회 구성된 주요 기업 |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 대상) |
회사명 |
자산규모(2022년 1·4분기 기준) |
업종 |
두산밥캣 |
3조88988억원 |
기계 |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3조4267억원 |
기계 |
한국항공우주산업(KAI) |
5조9748억원 |
방산 |
두산에너빌리티 |
14조1250억원 |
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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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관련 업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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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5일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면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는 이른바 ‘여성 이사 할당제’가 시행되지만 중공업 등 '남초 현상'이 강한 분야를 중심으로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이 여전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여성 임원이 적고, 업종 특성상 사내외에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어 제도와 현실간 괴리가 큰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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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기업들, 女이사 여전히 없어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수정안은 기존 제165조의20 ‘최근 사업 연도말 현재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에서 마지막 부분을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바뀐 부분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기업들은 이미 여성이사를 선임했다. 한국ESG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여성 이사 할당제 적용 대상 기업의 81% 가량이 여성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두산밥캣·현대두산인프라코어·한국항공우주산업(KAI)·두산에너빌리티 등 전통적으로 남초현상이 강한 기계, 방산, 중공업 분야의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이사회가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여성 임직원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이들 업계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특성상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계 분야 대기업 관계자는 "사내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고, 사외이사의 경우에도 선임울 위해 몇 년 전부터 노력을 하고는 있는데 풀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여성 이사를) 선임 할 수는 있겠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회사 의사결정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이사를 법때문에 당장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마당”이라면서 “이사 한 명 선임하는 것이 간단해보이지만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주주들을 모으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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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기업 이해하지만 지속 노력해야"
상당수 전문가들도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공감하고 있다. 김학자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주변에서 실제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들을 보긴 했다”며 “제도 시행 초기에는 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편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대표변호사도 “(기업들의 말이) 완전 틀린 것은 아니다”며 “지금은 제도 시행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성계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주변에 회계, 준법 등 이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충족하는 전문적인 여성인력은 많다”며 “아직 기업문화가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있다고 생각하며, 전문직 여성들을 모아 전문가 풀을 만들는 걸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오 변호사도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그런 노력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럴수록 기업들이 나서서 선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조항이 없는 법적 미비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워원회 관계자는 “국회 입법 당시 (법을) 처음 도입하다보니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해 따로 처벌 조항을 두지 않는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시행 초기인만큼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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