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스타벅스를 필두로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 커피제품의 평균가격을 모두 올랐다. 사진은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점심 물가 상승을 뜻하는 '런치플레이션'에 이어 '커피플레이션'도 직장인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있다.
올 초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4500원으로 인상되면서 '커피 한잔' 값도 만만찮은 수준이 된 게 사실이다. 이에 전용 커피머신을 도입해 커피를 제공하는 게 임직원을 위한 복지 중 하나라는 뜻으로 '커피복지'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다.
'한잔에 4500원' 커피플레이션.. 저가 커피마저 올라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치솟는 물가에 '○○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직장인이 즐기는 커피 가격도 '커피플레이션'이라고 불릴 만큼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투썸플레이스, 커피빈은 가격을 100~400원 인상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도 올 상반기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통계로도 커피값 상승은 확인되고 있다. 지난 달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평균 6.7% 상승한 가운데, 커피가격도 4.2% 올랐다.
고물가시대 플렉스·욜로→무지출·무소비가 대세
소비 행태 관련 연관어 증감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 행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플렉스'와 '욜로'가 있던 자리를 무지출과 무소비가 대체한 것.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매스미디어와 SNS, 웹 상의 빅데이터 약 120만건을 분석한 결과,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심리와 행태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의 플렉스나 한번 사는 삶을 마음껏 즐긴다는 욜로 관련 단어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올 상반기 11% 감소했다. 대신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과 '무소비' 언급량은 30% 증가했다.
봉지커피 대신 커피머신 들여놓는 회사 늘어
'커피 한잔 사 마시기도 무섭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직장인이 늘면서 좋은 원두와 고성능 커피머신으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회사도 증가 추세다. 커피 제공이 사내 복지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인해 부담이 커진 직장인들이 카페 전문점이 아닌 사무실에 마련된 오피스 카페를 찾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기업들도 회사 복지 차원에서 오피스 카페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위스 하이엔드 전자동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JURA)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상업용 커피머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유라의 기업 맞춤형 커피 큐레이션 서비스 'OCS'의 이용률도 전월 동기 대비 9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차원 오피스카페, 직원 만족도 높아
기업이 커피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 /그래픽=정기현 기자
커피복지가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크게 충족시킨다는 설문 결과도 공개됐다. 전국 2400개 이상의 기업에 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라운백 블리스'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서비스 도입 이유 중 '사내 복지 강화'라는 답변이 70%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임직원 복지에 신경 쓰는 회사가 많아진 기업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이자 커피가격이 직장인들에게 실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방문 고객에게 원두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13.5%)', '사내 직원들의 요청이 있어서(9.0%)',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0.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설문은 블리스의 서비스를 이용 중인 3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 도입 후 임직원 평가를 묻는 항목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주변 카페에 가지 않아도 돼서 경제적인 만족도가 높다'는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업무 효율성이 올라갔다', '서비스 이용과 사용이 편리하다' 등의 응답도 있었다. 블리스 관계자는 "커피는 회사 복지의 필수가 됐고, 근로자들은 특히 믹스 커피 등 저가형 커피가 아닌 '고품질의 원두커피'를 원하고 있다"라면서 "맛있고 편리한 커피 구독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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