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우유값 갈등
정부·유업계, 2026년 FTA 대비
원유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주장
낙농협회 "줄도산 위기" 반대 집회
12일 협상 불발땐 '우유대란' 우려
지난 8일 오후 경기 평택시 진위면 매일유업 평택공장 앞에서 전국의 낙농가들이 목장원유 가격 협상을 촉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원유가격 산정방식을 두고 정부·유가공협회와 낙농업계의 갈등이 심화되며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원유 가격을 결정한 '생산비 연동제'를 폐지하고 음용유와 버터·치즈 등에 쓰이는 원유 가격을 달리하는 '원유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낙농가는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반대하며 릴레이 집회에 돌입했다. 12일까지 예정된 집회 후에도 협상이 미뤄지면 원유 공급 거부 사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우유대란'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원유가격 산정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들여다봤다.
■낙농업계 "폭등한 사료값, 생산비 연동해야"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8일 매일유업 평택공장을 시작으로 원유가격 협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원유가격을 적용해야 하지만 유가공업체들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규탄하고 있다. 유가공협회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 한 원유가격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낙농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료값이 폭등하며 생산비가 오르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한 원유에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경우 낙농가의 줄도산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 배합사료 가격이 31.5~33.4%, 조사료 가격이 30.6% 폭등했고 낙농가의 실질생산비가 1000원 내외를 육박했다"며 "실제 일일 우유생산 1t 규모 낙농가는 사료값을 제외하면 4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낙농가는 일단 가격 인상 협상부터 진행한 뒤 낙농제도 개편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부·유가공업계 "가격경쟁력부터 갖춰야"
정부는 왜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일까. 새 제도는 음용유의 경우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치즈 같은 가공유는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음용유보다 저렴한 가격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음용유 중심에서 가공유 중심으로 우유 소비구조가 변화했음에도 국내산 원유 가격이 음용유 기준으로 높게 설정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유업체들이 가공용 원료유를 수입산에 의존해 자급률이 하락해 낙농산업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에 붙던 관세가 사실상 철폐될 예정이어서 낙농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대체음료 시장의 확대 등으로 국산 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값싼 외국산 유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유업체들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런데도 농가가 받는 국산 원유 가격은 리터당 1104원으로 해외보다 많게는 약 3배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원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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