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순찰대의 대형견 입마개 지급 관련 동영상을 올린 SNS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산책을 하면서 동네를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가 서울 9개 자치구로 확대해 운영중이다. 최근엔 부산까지 확대됐다. 반려견 순찰대 해치 패트롤은 동네를 산책하며 우리동네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주민 참여형 방범순찰대다.
해치 패트롤의 임무는 매일 하는 산책으로 함께 우리 동네를 지키는 △생활안전 지킴이 동네 어르신 문안 인사를 하고 △등교 하교길 안전 통학로를 만드는 주민밀착형 활동 △독거노인 동반산책, 청소년 생명교육을 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등이다.
하루 최소 두번 이상 산책을 하는 대형견주들은 큰 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고, 최근 자주 발생한 개물림 사고로 인한 '큰개=맹견'이라는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돼 순찰대 지원에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크랩(klab)영상에서 대형견의 경우 입마개를 지급해 착용을 권고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SNS에서는 반려견 순찰대 대상견종에서 이미 입마개 필수 착용견종을 제외했고 선발을 통해 개들의 성향을 파악해 까다롭게 선발했을텐데 이런 영상이 나오는 것에 대한 공분이 표출되고 있다.
한 SNS 사용자는 "큰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의 대부분이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투자하고 산책 중에도 늘 조심하고 신경쓴다"며 "큰개, 검은 개이고 최근 개물림사고와 같은 견종, 유기견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모두 사나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람이 덩치가 크다고 준비된 범죄자이고 왜소하다고 예견된 피해자도 아니듯 편견으로 시작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단체들이 앞장서 부정적인 반응과 우려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이고 현명한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자치경찰위원회는 공지문을 통해 "반려견 순찰에 대한 응원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예방교육 및 희망자에게 입마개 지급 방침을 검토중에 있었다"며 "법이 정한 입마개 착용대상 외 입마개 착용은 반려견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견주의 선택일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은 "오늘 해치 패트롤 신청 취소했습니다", "이러니 인식이 안바뀌지. 대부분 개물림사고는 목줄 미착용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맨날 큰 개에게 화살을 돌린다", "보이는 것에만 치우쳐 보여주기식이 대처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실제로 반려견 산책이 많은 곳이 적은 곳보다 살인이나 강도, 폭행 등의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 교수 크리스토퍼 브라우닝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주도 콜럼버스의 지역별 범죄율과 반려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사회과학 학술지 '사회적 영향력(Social Forces)'을 통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이웃 간 신뢰가 높은 지역에서는 살인과 강도, 폭행 등의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민 간 신뢰가 높은 곳 중에서도 반려견이 많은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강도 사건은 3분의 2, 살인은 절반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려견 산책과 관련이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보호자가 동네를 순찰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거리의 눈' 역할을 해 옳지 않은 일이 벌어지거나 낯선 사람이 있을 때 목격자가 될 수 있어 범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거리에 사람이 없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면 주민 간 신뢰만으로 이웃을 도울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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