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국회는 2년에 한 번 상임위원회 개편을 하게 된다. 4년 임기 동안 한 군데 상임위원회에서만 활동하기보단 한차례 자리를 옮겨 다양한 경험을 장려하는 뜻이리라. 이를 ‘전반기 원구성’, ‘하반기 원구성’ 이라고 하는데, 교섭단체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효율적인 배정을 위해 의원별로 1지망에서 3지망까지 희망하는 위원회를 신청 받는다. 20인 미만 비교섭단체 정당은 교섭단체의 합의 후 국회의장이 배정하게 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의원들은 어떤 상임위에 배정되는지 많은 신경을 쓴다. 그도 그럴 것이, 배정되는 상임위원회에 따라 2년 간 의정활동 방향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희망하는 상임위원회에 배정받기 위해 치열한 정보전을 전개하는 한편 원내지도부에게 막후교섭을 벌인다.
의원들에게 주로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을 꼽을 수 있다. 국토위는 지역구 현안 해결에 도움이, 산자위와 정무위는 기업을 대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농해수위는 지방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지역구 현안을 해결하기 쉽다는 이유에서 인기가 많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지역구 현안 해결에 딱히 도움 되지 않는데 반해 신경 쓸 현안들은 많고 챙길 소관기관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상헌 의원처럼 게임 및 이스포츠와 문화재 방면에 관심이 많은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선 문체위를 1지망으로 쓰는 의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문체위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아무래도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은 탓이 크지만, 게임과 이스포츠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이는 얼마 전 국회에서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새로 꾸려진 하반기 문체위 위원들이 대부분 게임 관련 질의에 집중했던 것이다. 국회에서 천대받던 게 게임분야였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이 모이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참에 하반기 문체위 위원들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게임을 '산업'의 영역으로만 봐선 안 된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게임을 '산업' 중심으로만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러는 동안 게임이용자들 권익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지난해 벌어진 게임이용자들의 연쇄적인 트럭시위 사태도 여기에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게임으로 비유해보자. 게임 캐릭터가 성장할 때 일정량의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찍게 된다. 보통 마법사 캐릭터에게는 HP(체력)과 MP(마력)가 있는데, 바로 게임이용자의 권익보호와 게임산업 진흥이 각각 게임의 HP, MP와도 같다. 당연히 둘 다 소중한 자원이기에, 어느 하나만 성장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가정을 이어가보자. 마법사라고 MP(게임산업 진흥)만 올리면 어떻게 될까? 마법의 위력(매출액, 수출액)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HP(이용자 권익보호)가 약하기 때문에 가벼운 상처(리스크)에도 쓰러질 것이다. 반대로 HP만 올리면? 그건 그것대로 마법사라고 부르기 어려운 캐릭터가 될 것이다.
체력과 마력을 균형감 있게 성장시킬 때 비로소 마법사가 가장 강해지는 것처럼, 게임분야도 이용자 권익보호와 산업 진흥을 균형감 있게 키워야 한다. 그동안 산업진흥에 기울어져있던 추의 균형을 맞출 때다. 하반기 문체위원들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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